재경일보

법원, 김용현 전 장관 '재판부 기피' 꼼수 차단... "재판 지연 의도 명백"

이겨례 기자
법원, 김용현 전 장관 '재판부 기피' 꼼수 차단...
©연합뉴스

 

법원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기피 신청'을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즉각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가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원의 단호한 법치주의 원칙 재확인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은 피고인 측의 반복적인 기피 신청이 근거가 부족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저해하고 있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측이 해당 재판부를 상대로 낸 법관 기피 신청을 '간이 기각' 결정했다. 간이 기각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 신청임이 명백한 경우, 기피 대상이 된 재판부가 별도의 심의 절차 없이 직접 신속하게 기각하는 강력한 사법 조치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전 위기에 처했던 12·3 비상계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김 전 장관 측의 이번 기피 신청은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심리하는 재판부마저 거부하는 이례적인 '연쇄 기피'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낸 데 이어, 해당 신청을 심리하게 된 형사1부에 대해서도 지난 18일 재차 기피 신청을 제기했다. 피고인 측은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기피 사건이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에 배당된 것이 심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법부는 기피 신청 제도의 본질이 법관의 불공정한 재판 우려를 해소하는 데 있지, 재판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있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형사소송법 제18조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피고인이 그 법관을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구체적인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김 전 장관 측의 주장은 재판부의 구성 방식이라는 제도적 측면에 국한되어 있어, 특정 법관의 불공정성을 입증하기에는 법률적 근거가 박약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번 기각 결정에는 신속한 재판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특검 측의 강력한 요구와 법원의 효율성 중시 원칙이 반영되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18일 법원에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며 피고인 측의 전략적 재판 지연 행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조은석 특검팀은 "기피 신청으로 인해 항소심 재판의 장기간 중단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제정된 특검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결단력을 요구했다.

법치 국가에서 재판의 지연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넘어 사법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국가 내란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에서 전직 고위 공직자가 법적 절차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은 시장 질서와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는 보수적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회적 무게감을 고려하여 피고인 측의 신청이 사법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구성의 특수성을 이유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근본적으로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특정 전문성을 가진 재판부가 사건을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구조가 피고인에게 예단이나 편향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비록 기사의 5퍼센트 미만에 해당하는 소수 의견이나, 피고인 측은 향후 상고 등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재판부 배당의 형평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간이 기각 결정이 향후 대형 시국 사건이나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재판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교적 재판 지연 전술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법원이 '간이 기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사법 절차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는 법치주의의 엄정함을 유지하고 국가 기강을 확립하는 데 있어 사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향후 항소심 재판은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여부와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실질 심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피고인 측의 절차적 이의 제기를 신속히 정리한 만큼, 이제는 사건의 본질인 헌법 파괴 행위 여부에 대한 엄격한 법리 해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사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판결을 내려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사례는 사법 방해 행위에 대한 법원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법원은 효율성과 원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택을 했다. 재판 지연을 획책하는 어떠한 법적 꼼수도 정의의 실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기각 결정을 통해 증명되었다. 앞으로 전개될 재판 과정에서도 사법부는 흔들림 없는 태도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수호하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는 공정한 판결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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