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공개매수 정보로 사익 편취한 증권사 임원 일당, 시장 질서 교란 혐의로 검찰 고발

정휘 기자
공개매수 정보로 사익 편취한 증권사 임원 일당, 시장 질서 교란 혐의로 검찰 고발
©연합뉴스

 

NH투자증권 고위 임원이 공개매수 업무 수행 중 지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임원과 배우자 등 8명을 고발 조치하고, 정보를 전달받아 이익을 취한 8명에게는 법정 최고 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적발한 두 번째 대형 금융 범죄 사례로,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한 심각한 내부자 거래로 규정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제10차 정례회의를 열고 NH투자증권 고위 임원 A씨와 그 일가족 및 지인 등 8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작년 9월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총 15개 상장사의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정보가 공시되어 주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주식을 전량 매도하여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관리해야 할 증권사 임원이 내부 정보를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 악용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동원하는 등 치밀한 은폐 수법을 사용했다. 주동자인 임원 A씨는 배우자의 지인 명의를 빌려 계좌를 운용했으며, 그의 배우자 또한 또 다른 제3자의 명의를 빌려 주식 거래를 수행하는 고도화된 수법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의 증권계좌를 전수 조사하였으며, 거래의 실제 귀속 주체가 임원 A씨 일당임을 명확히 규명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이자 법치주의에 기반한 시장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작년 10월 NH투자증권 본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집중 수사 결과 임원진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공개매수 예정 사실을 일반 투자자들보다 먼저 파악하여 저가에 매수한 사실이 객관적 데이터로 입증됐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을 '주가조작 패가망신 2호' 사건으로 명명하고 금융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자본시장에서 정보의 독점은 시장 참여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며 건전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금융위는 미공개 정보를 직접 이용한 이들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받아 이익을 챙긴 2차 및 3차 정보 수령자 8명에게도 엄중한 행정 처분을 내렸다. 2차 정보 수령자에게는 부당이득의 1.5배, 3차 정보 수령자에게는 부당이득의 1.25배에 해당하는 법정 최고 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하여 경종을 울렸다. 이러한 조치는 정보 유출의 사슬을 끊어내고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후속 조치도 병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사 임원이 배우자와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위법 행위를 은폐하려 했으나 정밀한 자금 추적을 통해 공모 관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수사 결과에 근거하여 부당이득 환수와 과징금 부과 등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엄단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용구를 통해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지능형 범죄에 대해 얼마나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의 일탈일 뿐 증권업계 전체의 신뢰도와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미공개 정보의 흐름을 24시간 완벽하게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내부 통제 강화가 자칫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내부자 거래는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라는 것이 학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평가다.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한 일벌백계만이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번 고발 조치로 인해 NH투자증권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추가적인 연루자나 조직적인 묵인 여부가 밝혀질 경우 해당 증권사에 대한 기관 경고 및 징계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공개매수 등 중대한 공시가 나오기 직전의 비정상적인 거래량 증가나 주가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향후에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중심으로 지능화되는 금융 범죄에 대한 상시 감시와 기획 수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자본시장의 공정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시장 참여자 전체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범죄다.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뒤따를 때 비로소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정부와 유관 기관은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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