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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투자 광풍에 '반도체 1조 달러' 시대 조기 개막... 메모리 시장 200% 폭발적 성장

이성경 기자
AI 인프라 투자 광풍에 '반도체 1조 달러' 시대 조기 개막... 메모리 시장 200% 폭발적 성장
©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2030년으로 예상됐던 돌파 시점이 4년이나 앞당겨졌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약 200% 성장한 6천7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1조 달러 시대'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천506조 원) 고지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비메모리 시장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결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00%에 달하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의 장기 저장을 담당하는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94%에서 300%로 세 배 이상 상향 조정됐다.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D램 시장 역시 당초 예상인 85%를 크게 웃도는 14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추론 모델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이 이러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와 트렌드포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전용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 상승과 물량 확대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와 D램의 시장 규모는 각각 3천40억 달러와 3천715억 달러라는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9개 사의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80% 급증한 8천300억 달러(약 1천249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미 지역 빅테크들이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존 계획보다 투자 예산을 대폭 증액한 데 따른 결과다.

반도체 구매 방식이 과거의 단기 계약에서 3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과거 빅테크 기업들은 분기나 연간 단위로 필요한 물량을 조달했으나, 최근에는 안정적인 재고 확보를 위해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추진하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최근 논의되는 장기 공급 계약은 구매 물량을 미리 확정하는 구속력 강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30% 수준에서 올해 50%까지 확대되며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수출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규모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분야에 편중된 급격한 성장이 향후 공급 과잉이나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인공지능 거품론이 대두되거나 빅테크들의 투자 회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 경쟁 심화에 따른 설비 투자 비용 증가는 기업들의 수익성 관리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반도체 시장은 기술적 변곡점을 지나며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역사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장기적인 수요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유연한 생산 체계 구축과 차세대 기술 선점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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