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도체 검사 장비의 제왕 KLA, 설비투자 속도 조절론에 4%대 급락

윤근일 기자
어제 미장 리뷰

KLA 코퍼레이션(KLAC)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수율을 결정짓는 검사 및 계측 장비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이날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20일(현지시간), 마감 기준 주가는 전일 대비 4.79% 빠진 1808.97달러를 기록하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반도체 장비 발주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도체 장비 업종의 주가는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의 자본 지출 규모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형성하며 경기 선행 지표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고객사들이 차세대 미세 공정 전환 과정에서 장비 도입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황 피크아웃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KLA가 주력으로 삼는 웨이퍼 검사 장비는 공정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특성을 지니지만 단기적인 투자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

월가에서는 KLA의 실적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주가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술주 전반의 할인율이 상승했고 이는 KLA와 같은 고성장 기술 장비주의 멀티플 축소로 이어졌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프리미엄이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제프리스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초점은 이제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에서 운영 효율성 극대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KLA의 기술적 해자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고객사들의 설비투자 집행 속도가 예상치를 밑돌 경우 주가의 추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신중론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관망세가 우세해진 배경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을 과도한 공포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KLA의 펀더멘털을 신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서는 작은 결함이 전체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KLA의 계측 장비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첨단 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기술적 측면에서 KLA의 주가는 1,800달러 선을 위협받으며 심리적 지지선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1,750달러 부근에서 강력한 지지 매수세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나 이를 하향 돌파할 경우 하락 폭이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발표될 분기 실적 가이던스에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2나노미터 공정 관련 장비 수주 잔고가 주가 회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결국 KLA의 향후 주가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연착륙 여부와 대형 고객사들의 투자 의지에 달려 있다. 반도체 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실적 가시성이 확보될 때까지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성 역시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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