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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독일에 AI 전력설비 진단 기술 수출... 역대 최대 134만 달러 계약 성사

이성경 기자
한전, 독일에 AI 전력설비 진단 기술 수출... 역대 최대 134만 달러 계약 성사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전력설비 예방진단 기술을 독일 글로벌 기업에 이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134만 달러로, 한전의 단일 기술 이전 사례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하며 한국 전력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이 기술은 향후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전력 시장 진출의 핵심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독일 베를린에서 글로벌 전력설비 전문 기업인 MR(Maschinenfabrik Reinhausen)사와 전력설비 예방진단 설루션인 SEDA(Substation Equipment Diagnostic Analysis)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전은 MR사로부터 총 134만 달러, 한화로 약 20억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료를 지급받기로 확정했다. 이는 그간 한전이 수행한 단일 기술 이전 사업 중 최대 규모의 성과로 기록되며 국내 전력 기술의 가치를 세계 시장에서 공인받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수출의 핵심인 SEDA는 사물인터넷 센서 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여 변전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자동 진단하는 한전만의 독자적 기술이다. 기존의 수동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설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함으로써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을 갖췄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 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MR사는 이번에 확보한 한전의 SEDA 기술을 자사의 예방진단 설루션인 TESSA와 결합하여 통합 플랫폼인 TESSA 2.0을 출시할 계획을 수립했다. 글로벌 전력설비 시장에서 강력한 영업망을 보유한 MR사가 한전의 기술을 통합 플랫폼의 핵심 동력으로 채택함에 따라 한국형 전력 진단 기술의 세계 표준화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양사는 이번 기술 이전을 단순한 판매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동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결과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번 계약 성사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철저한 기술 가치 평가와 장기적인 비즈니스 협의를 통해 도출된 성과다. 양사는 지난해 9월 기술 공동개발 및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총 21회에 걸친 세부 사업화 협의를 진행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자사 기술의 최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며 기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했다.

기술 이전과 더불어 양사는 전력 기자재 공급망 안정화와 미래 기술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상생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의 부대 조건에 따라 MR사는 자사가 생산하는 변압기 핵심 자재인 전압조정장치(OLTC)를 한전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전력망 운영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의 안정적 수급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수출 이상의 경제적 실익을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화재 대응 기술과 친환경 기자재 개발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 범위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며 이는 탄소중립 시대의 전력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글로벌 전력 시장이 친환경과 지능형 전력망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독일의 선진 제조 기술과 한국의 IT 기반 진단 기술이 결합하는 형태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향후 국내 전력 기자재 업체들의 유럽 시장 동반 진출을 견인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근택 한전 송변전운영처장은 "이번 기술이전은 한전의 예방진단 기술이 유럽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국내외 사업 확대와 맞춤형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독자 기술이 민간 시장, 특히 해외 선진국 시장에서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공공 R&D 성과물의 사업화 모델로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핵심 기술 수출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나 이번 계약은 기술 사용권 이전을 통한 수익 창출과 글로벌 표준 선점이라는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술의 폐쇄적 보유보다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보수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철저한 보안 관리 속에서 기술 지원을 이어가며 로열티 수익 외에도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한전은 이번 독일 MR사와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SEDA 기술의 범용성을 높이고 다양한 전력 설비 환경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설루션을 개발함으로써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이는 공공기관의 재무 구조 개선에 기여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전력 분야의 기술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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