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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6차로 재현한 안동 실험장, 시간당 175㎜ 극한 강우 시뮬레이션으로 도시 침수 정밀 예보 시대 연다

이성경 기자
강남역 6차로 재현한 안동 실험장, 시간당 175㎜ 극한 강우 시뮬레이션으로 도시 침수 정밀 예보 시대 연다
©연합뉴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서울 강남역 일대의 왕복 6차선 도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해당 시설은 시간당 175㎜에 달하는 극한 강우 상황을 모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심 침수 피해를 사전에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경북 안동 하천실험센터에 강남역 사거리의 도로 구조와 지하 방재 인프라를 실물 크기로 복제한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마련하고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실험장은 지난 2022년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발생한 강남 일대 침수 사고와 반지하 주택 피해를 계기로 도시 단위의 홍수 분석 필요성이 급증함에 따라 설계되었다. 연구원은 실제 도로와 동일한 규격의 왕복 6차선 차도와 인도, 빗물받이, 우수관을 배치하여 기상 이변에 따른 침수 양상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실험장의 물리적 규모는 도로 폭 25m와 보도 5m를 합친 총 35m 너비에 길이 20m 구간으로 구성되어 실제 도심 환경과 다를 바 없는 조건을 갖췄다. 상단부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은 최대 초당 1.2t에 달하며 이는 서울 강남역 기준 시간당 17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과 일치한다. 연구진은 실험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여 도로 위로 물이 차오르는 속도와 지하 우수관으로 유입되는 유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실제 시연에서는 우수관이 막힌 상황을 가정하고 초당 0.3t의 물을 공급하자 도로 위는 순식간에 성인이 서 있기 힘든 수준의 침수 상태로 변했다. 권영화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박사후연구원은 "월류벽을 넘어 물이 들어오면 침수 상황을 모의할 수 있으며, 37분간 물을 공급하면 70㎝ 높이의 침수 상황을 완벽히 모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표면의 물 흐름뿐만 아니라 지하 저류 시설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데이터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상 도로 아래에는 반포천 일대의 구조를 참고한 지하 우수저류시설과 배수터널, 배수펌프장 등 도시 방재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빗물 터널은 폭 3m, 높이 4m, 길이 40m 크기로 제작되었으며 수문의 개폐 여부에 따라 저류시설이나 배수터널로 기능을 전환하며 운영된다. 특히 현재 도심 지하 인프라는 배수량 모니터링이 어려운 한계가 있으나, 이번 실험을 통해 지하 저류시설의 효율적인 감시 기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홍수 시 인명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맨홀 뚜껑 이탈 현상에 대해서도 정밀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류관이 90%가량 막힌 극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에서 맨홀 뚜껑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듯 솟구쳐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건설연은 0.5m 크기의 맨홀 뚜껑이 들어 올려지는 압력이 0.03바(bar) 수준임을 확인했으며, 올해 중으로 1m 크기의 대형 맨홀 뚜껑에 대한 분석도 완료할 계획이다.

도시 단위의 정밀한 홍수 예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물리해석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4년부터 AI 홍수예보를 본격 도입했으며 홍수 특보 지점을 기존 75개에서 223개로 대폭 확대하여 인명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형준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하천 지점 단위에서 도시 단위로 홍수를 예보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며, 이를 위해 슈퍼컴퓨팅 기술과 AI의 결합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험실 환경이 실제 도심의 복잡한 지형지물과 유동적인 배수 변수를 완벽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도심은 건물 배치와 아스팔트 노후도, 쓰레기 투기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실험 데이터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추가 보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설계 기준을 정립하여 국가 홍수 대응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실효성 있는 방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이번 실험장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증 실험을 통해 검증된 데이터는 향후 강남이나 도림천 지하 방수로 모형 제작, 지하 주차장 물막이 인증 등 도시 방재 제도 개선의 핵심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확보된 데이터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우스 시스템을 통해 공동 활용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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