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 공급을 위한 기본 합의를 체결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협약으로 HD현대중공업은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의 주기기 핵심 설비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SMR 기술 전문 기업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 핵심 설비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서(FA)'를 체결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기자재 공급 계약을 넘어 한국의 중공업 기술력이 차세대 원전 산업의 핵심 공급망에 공식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실질적인 생산 체계 가동에 돌입한다.
테라파워가 개발을 주도하는 나트륨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와 차별화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유도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열효율이 높고 사고 발생 시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의 협력 관계는 일시적인 계약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정교하게 추진되어 왔다. 양측은 지난해 3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이후 약 1년 넘게 긴밀한 협력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 타당성 검토와 가격 경쟁력 분석, 최적의 인도 일정 수립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되었다.
HD현대는 이번 실증 공사의 성공적 수행을 발판 삼아 향후 본격적인 상업 모델까지 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할 방침이다. 글로벌 SMR 시장이 초기 형성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수주 국면으로 진입함에 따라 핵심 주기기 제조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전 설비의 연속 생산 기반을 구축하여 제조 단가를 낮추고 국제적인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번 합의 체결은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글로벌 SMR 시장 진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또한 "나트륨 원자로 설비를 적시에 공급하고 연속 생산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향후 사업 전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 역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르베크 CEO는 "이번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나트륨 원전 상업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HD현대의 우수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고 경제적인 원자력 에너지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차세대 기술인 나트륨 냉각 방식의 특성상 실제 상업 운전까지는 엄격한 기술 검증과 각국 규제 기관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액체 나트륨의 화학적 활성도에 따른 안전 관리 체계의 완벽한 구현 여부가 향후 시장 확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해 경제 우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여전히 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의 동맹을 통해 미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적인 차세대 원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생산 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 중공업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글로벌 원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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