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핵심광물과 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포괄적 협력 체계를 가동했다. 양측은 서울에서 열린 제2차 공급망산업정책대화에서 정보 공유와 리스크 분석을 넘어 실제 투자 프로젝트 협력까지 범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EU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시장 참여 확대를 공식 요청하며 실질적인 수출 판로 개척에 나섰다.
한국과 유럽연합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광물과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서울에서 EU 집행위원회 성장총국과 '제2차 한-EU 공급망산업정책대화'를 개최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했다. 이번 회의는 자원 무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측의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의 장이 되었다.
양측의 협력은 지난 2023년 5월 한-EU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급망 협력 확대 방침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기존의 산업정책대화 범위를 공급망 전반으로 넓히기로 한 결정 이후, 2023년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첫 회의가 열린 바 있다. 이번 서울 회의는 1차 회의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개최된 것으로, 한국 측 수석대표로 문신학 산업부 차관이, EU 측에서는 커스틴 요르나 성장총국장이 참석하여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단순한 정보 교류 차원을 넘어 공급망 리스크 분석과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양측은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물 자원의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급망 교란 발생 시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검토했다. 특히 유망한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투자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자원 확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기로 뜻을 모았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한국 기업의 EU 현지 생산 기여도를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시장 개방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측은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내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환기했다. 이를 근거로 유럽 내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EU 측에 강력히 요청했다.
유럽의 우수한 기초 과학 기술과 한국의 세계적인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시너지 창출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양측은 반도체와 바이오를 포함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및 투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양측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제조 공급망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핵심원자재법(CRMA) 등 환경 및 자원 관련 규제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러한 규제들이 공급망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우리 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협력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서 시장 질서를 존중하고 한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밀한 협상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번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측의 결속을 확인했다. 문 차관은 "한국과 EU는 첨단산업과 공급망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경제협력 파트너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급망산업정책대화가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는 핵심적인 소통 채널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한-EU 공급망 산업정책대화는 정례적인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통상 이슈에 대응하는 전략적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과제들이 실제 기업 경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 합동 후속 조치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대전환의 시기에 이번 대화가 한국 산업의 공급망 회복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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