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은 보험사 간 정산 대상 아니다"... 대법, 구상금 공제 불가 판결 확정

이겨례 기자
©연합뉴스

 

음주운전 사고 시 보험사가 가해 운전자에게 징수하는 사고부담금은 공동 가해 차량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구상금에서 공제될 수 없다는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고부담금이 보험사와 피보험자 사이의 특수한 법적 관계일 뿐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책임 분담과는 무관한 별개의 채권이라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음주운전 가해 보험사는 공동 가해자로부터 과실 비율에 따른 구상금을 온전히 보전받으면서도 가해 운전자에게 사고부담금을 별도로 징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3부는 최근 한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음주운전이라는 중과실이 포함된 사고에서 보험사가 운전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사고부담금을 공동 가해자 측이 분담해야 할 책임액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고 보험사가 원고 보험사에게 미지급된 구상금 2억 2천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원심의 법리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1년 8월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다중 충돌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원고 측 차량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진로를 변경하던 피고 측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충격으로 인해 인근에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사고의 책임은 양측 운전자 모두에게 부여되었다.

원고 보험사는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유족에게 자동차보험 약관에 따라 합의금 명목으로 총 7억 5천만 원을 우선 지급했다. 이후 원고 보험사는 공동 가해 차량의 보험사인 피고 측을 상대로 각자의 과실 비율에 따른 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이 판단한 양측 차량 운전자의 책임 분담 비율은 각각 50퍼센트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피고 보험사는 재판 과정에서 원고 보험사가 음주 운전자로부터 회수할 사고부담금을 구상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령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 시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가해 운전자에게 일정 금액의 사고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운전자에게 받을 돈이 있으므로 그만큼 피고가 줄 구상금 총액에서 빼는 것이 실질적인 손해배상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 측의 논리를 일축하며 원고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가해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라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사고부담금이 공동 가해자 사이의 과실 비율에 따른 손해액 산정과는 법률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무결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로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피보험자에게 청구하는 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보험사에 어떤 권리를 주장하거나 정산을 요구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사고부담금과 자기부담금의 개념적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자기부담금은 보험사가 자기차량손해를 입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 미리 약정된 금액을 공제하는 경제적 선택의 영역이다. 반면 사고부담금은 법규 위반에 따른 법정 의무이자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가지는 독립적인 구상 채권이라는 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보험업계의 구상권 행사 관행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 보험사가 줘야 할 돈은 오직 피고 차량의 과실 비율에 따른 금액일 뿐이며 원고 보험사가 자사 피보험자에게 받을 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음주운전 가해자의 책임을 공동 가해자에게 전가할 수 없음을 명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보험사의 구상권 범위를 넓게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피고 측 보험 가입자들의 잠재적 부담을 유지시킨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공동 가해자의 과실이 절반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음주운전이라는 특수 사정이 구상금 산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공평한 분담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법원은 시장 질서 유지와 음주운전에 대한 엄격한 법치주의 적용이 우선이라는 보수적 판단을 유지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음주운전 사고 발생 시 구상금 청구와 사고부담금 징수를 각각 독립된 절차로 진행할 전망이다. 이번 판례 확정에 따라 공동 가해 보험사 간의 구상금 분쟁에서 사고부담금 공제를 주장하는 사례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들은 음주운전 시 보험 처리가 되더라도 막대한 사고부담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하며 이것이 타 가해자와의 합의나 구상 과정에서 감경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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