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은 이들의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7년과 8년의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건창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 간부 A씨와 전국민주연합노조 전 간부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하다. 이번 판결은 북한 공작원 접선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증거주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로 풀이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북한 측 지령에 따른 실질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을 무죄 선고의 핵심 근거로 삼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행위가 잠입 및 탈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존재한다고 전제하다. 다만 중국 출국 경위와 북한 공작원을 대면한 장소 및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다. 이는 단순히 공작원을 만난 정황만으로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구체적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북한 측 보고문에 피고인들의 이름이 언급된 사실 역시 범죄의 결정적 증거로 인정되지 않다. 재판부는 보고문에 적힌 내용이 피고인들의 실제 권한을 벗어난 것이며 해당 역할을 실제로 수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다. "피고인들이 특정한 역할을 갖고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B씨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보수적인 해석을 유지하다. 해당 표현물의 관리 상태와 소지 경위, 평소 활동 및 범죄 전력 등을 종합할 때 이적행위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이다. 이는 표현물 소지 자체보다 그것이 실제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와 결부되었는지를 엄격히 따진 결과이다.
이번 무죄 선고는 동일한 혐의로 기소되어 실형이 확정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 씨의 사례와 대조를 이루다. 석 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에서 징역 9년 6월로 감형되었으며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사법부는 석 씨의 경우 구체적인 지령 수수와 실행의 위험성을 인정했으나 이번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증거의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의 입증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다. 검찰이 제시한 정황 증거들이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실행 행위와 직결되지 않을 경우 무죄가 선고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반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대남 공작 방식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증거 판단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우려도 제기되다.
검찰은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상급심에서 피고인들의 역할과 지령 수행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무죄 선고 직후 방청석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환호하는 등 사회적 갈등의 소지도 여전하다. 국가보안법의 엄격한 적용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귀추가 주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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