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대한민국 주도 '글로벌 AI 허브' 공식 출범... 14개 국제기구 결집해 인류 난제 해결 나선다

이성경 기자
대한민국 주도 '글로벌 AI 허브' 공식 출범... 14개 국제기구 결집해 인류 난제 해결 나선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부가 9개 국제기구 및 5개 다자개발은행과 손잡고 기후위기와 감염병 등 인류 공동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AI 허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협력 체계는 한국을 범지구적 AI 협력의 중심 거점으로 구축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지원과 정책 자문을 병행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정부는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국제사회 공동 협력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요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식량 안보, 난민 문제 등 국가 단위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AI 기반의 국제 공조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조성하는 이 허브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학계, 연구기관, 공익단체가 참여하는 범지구적 AI 협력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글로벌 AI 허브는 단순히 기술적 교류에 그치지 않고 참여 기관들이 AI 인프라와 고도화된 모델을 공동으로 활용하여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는 실무적 거점 역할을 맡는다. 이번 선포식에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 총 9개 주요 국제기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AI 기술과 결합하여 글로벌 현안에 대한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합의했다.

다자개발은행(MDB)의 전폭적인 참여는 이번 프로젝트의 재정적·전략적 실행력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받는다. 세계은행(WB)을 필두로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등 5개 금융 기구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AI 특화센터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이미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 AI·디지털 지식센터를 개소하여 운영 중이며, 이를 글로벌 AI 허브와 연계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부와 참여 기관들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모두를 위한 AI,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AI'라는 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국제적 지지를 호소했다. 허브는 향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AI 정책 수립을 위한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고,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특정 선진국에 편중되지 않고 전 인류의 보편적 복지 향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기술 윤리적 관점과 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동시에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은 이번 협력 체계 구축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에이미 포프 IOM 사무총장과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 도린 보그단 마틴 ITU 사무총장 등은 축사를 통해 AI 기반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에이미 포프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은 국경을 초월하여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기를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도구이며, 한국이 구축한 이 허브가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다자개발은행들이 한국 내 설립할 예정인 AI 특화센터와 글로벌 AI 허브 사이의 연계 방안을 상세히 설명하며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는 각 기구의 특화된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분야별 실무 그룹을 구성하고, 상시 협의 채널을 가동하여 정책 수립부터 기술 구현까지의 전 과정을 긴밀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려는 한국의 전략적 의지가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질서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이번 허브 구축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새로운 디지털 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AI 기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과 물류 최적화는 전 세계적인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기업들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도국에 대한 기술 지원은 향후 해당 지역의 디지털 시장 성장을 촉진하여 국내 기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방대한 양의 국제적 데이터가 공유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국가 간 기술 표준의 상충 가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 국제기구와 참여국들의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비효율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언적 의미의 협력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주권 문제와 AI 윤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실질적인 기술적 표준화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계별 실행 계획을 촘촘히 마련하고 국제적 규범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글로벌 AI 허브는 향후 실무 그룹의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참여 기관 간의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선포식은 대한민국이 AI 분야의 기술 수혜국에서 벗어나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자'로서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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