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복되는 대형병원 방사선 피폭 사고에 원안위 엄중 경고, 경영진 책임론 부상

이성경 기자
반복되는 대형병원 방사선 피폭 사고에 원안위 엄중 경고, 경영진 책임론 부상
©연합뉴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형 병원들이 방사선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료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안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최근 3년 사이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에서 피폭 사고가 매년 발생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고강도 현장 점검과 관리 체계 재정립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면서 원자력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의료 현장의 방사선 안전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진이 직접 안전 문화 정착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첨단 의료 장비 도입 확대에 걸맞은 안전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026년 5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주요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의료방사선 분야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수년간 대형병원에서 발생한 방사선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시설의 안전한 사용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원안위는 의료 현장의 건의 사항을 수렴하는 동시에 방사선 시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요구하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실제로 대형병원의 방사선 안전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4년 국립암센터에서 피폭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2025년 1월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유사한 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올해 4월에도 서울대병원 기장중입자치료센터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일어나는 등 국내 최고 권위의 의료기관들이 안전 관리 부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간담회 종료 후 최 위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양성자 치료 시설을 직접 시찰하며 현장의 안전 관리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했다. 양성자 치료 시설은 고도의 방사선 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작은 관리 소홀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시설 관계자들에게 방사선원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상시 점검 체계를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방사선 안전 관리의 핵심은 현장 실무자를 넘어 경영진의 확고한 안전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의료 분야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선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 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현장 인력의 주의의무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진의 전폭적인 예산 투입과 시스템적인 안전 문화 정착 노력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의료 현장의 복잡성과 고도의 정밀 기기 사용에 따른 불가피한 기술적 한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는 첨단 치료 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과 의료진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방사선 분야에서 효율성이나 기술적 난이도를 이유로 안전 원칙을 타협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이 지배적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의료 분야는 다양한 방사선원이 사용되고 활용 규모도 큰 만큼 철저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병원 수뇌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재차 주문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도를 넘어 병원 경영 평가와 연계된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안위의 이번 행보는 국가 전체의 원자력 안전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지난 5월 19일 열린 제22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는 울산 울주군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운영 허가 심의가 진행되었으나, 검토의 정밀성을 기하기 위해 차기 회의로 심의를 계속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에너지와 의료를 막론하고 원자력 안전에 있어서는 '속도'보다 '무결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향후 원안위는 의료기관의 방사선 사용 실태를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시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대형병원들이 첨단 기술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환자와 종사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의 안전 규제 강화와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결합되어야만 반복되는 피폭 사고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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