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검찰 수사·소추권 무력화 시도에 정면 반기... 현직 검사, 중수청·공소청법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겨례 기자
검찰 수사·소추권 무력화 시도에 정면 반기... 현직 검사, 중수청·공소청법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연합뉴스

 

현직 검사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그리고 '법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입법 시도가 검찰의 헌법상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의 입법권 행사가 검사의 수사·소추권 및 영장 청구권을 박탈하여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취지다. 이번 청구는 사법 체계의 효율성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법조계의 조직적 우려가 공식적인 법적 대응으로 표출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연규 서울고검 검사는 지난 11일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중수청법)과 공소청법, 형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묻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송 검사는 2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청구서를 통해 해당 입법들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검찰의 고유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음을 상세히 소명했다. 이는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검찰의 기능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시도에 대한 법리적 저항으로 해석된다.

송 검사는 이번 입법 시도가 검찰의 수사권과 소추권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영장 청구권까지 침해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e-Pros)를 통해 검사라는 명칭만 유지한 채 직무의 핵심적 가치를 변경하는 것은 헌법적 권한 배분의 기준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입법을 통한 언어의 재정의가 헌법의 핵심 개념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법치주의 수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송 검사는 게시글을 통해 "검사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면서 그 의미 핵을 바꾸는 순간 헌법이 정한 권한 배분과 통제의 기준도 함께 바뀐다"고 경고했다. 이어 "공동체의 언어가 입법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면 헌법의 모든 핵심 개념이 같은 방법으로 무너질 수 있다"며 입법권 남용이 초래할 국가적 혼란을 비판했다. 이러한 발언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검찰의 본질적 사명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발생했을 때 헌법재판소가 이를 판단하여 권력 간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다. 이는 개인이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하는 헌법소원이나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과는 성격이 다른 절차다. 송 검사의 이번 청구는 국회의 입법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타 국가기관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해 12월 김성훈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이를 각하 처리했다. 당시 헌재는 해당 법안이 검사 개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심사 단계에서 청구를 배척했다. 그러나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검사 개인의 권익이 아닌 국가기관으로서 검찰이 보유한 헌법적 권한의 침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법리적 판단의 무게감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입법 형성권을 존중해야 하며 검찰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권력 기관의 비대화를 막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는 논리다. 다만 이러한 입법적 시도가 헌법이 명시한 검사의 지위와 충돌할 경우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단은 향후 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를 둘러싼 입법 논의의 향방을 결정지을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핵심인 검찰의 직무 범위가 헌법에 의해 고정된 것인지 아니면 입법 정책에 따라 변경 가능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헌재가 법치주의 원칙과 국가 권력 구조의 효율성 사이에서 어떠한 헌법적 결론을 도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특정 기관의 권한 다툼을 넘어 대한민국 헌법이 정의하는 사법 정의의 실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헌법재판소의 신중한 심리는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혼란을 방지하고 법치주의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향후 전개될 심리 과정에서 나타날 법리적 공방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권력 분립의 원칙을 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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