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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인정보 관리 '사후 처벌'서 '사전 예방' 전면 전환... 고위험군 집중 점검과 과징금 감경 병행

이성경 기자
정부, 개인정보 관리 '사후 처벌'서 '사전 예방' 전면 전환... 고위험군 집중 점검과 과징금 감경 병행
©연합뉴스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개인정보 처리 규모와 민감도에 따라 분야별 위험도를 고·중·저로 분류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예방 중심의 보호체계로 국가 시스템을 대전환한다. 민감 정보를 대규모로 다루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실태를 중점 점검하는 한편,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하는 기업에는 과징금을 감경하는 등 시장 자율성과 책임 경영을 동시에 강화한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에 제재를 가하던 기존의 사후 규제 방식에서 탈피하여,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예방 중심 개인정보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처리 규모와 민감도, 산업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차등 점검 및 관리 체계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의 자발적인 보안 투자를 유도하여 국가 전반의 데이터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을 둔다.

위험도 분류에 따른 차등 관리 시스템은 고유식별정보와 민감정보를 대규모로 취급하는 분야를 고위험군으로 지정하여 관리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를 취한다. 올해는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해 금융기관, 공공기관, 에듀테크 업체, 요양병원 등이 주요 실태점검 대상에 포함되어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면밀히 점검받게 된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점검 분야를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피규제 기관이 스스로 보안 수준을 진단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 대신 개인정보 영향평가 실시와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bD) 원칙의 준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다. 정부는 자율점검 도구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여 중소 규모 사업자들이 기본적인 보안 수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합동 점검을 실시하여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현장의 보안 이행력을 확보한다.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행정을 위해 개인정보 처리 현황과 위험 요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기초 위험지도를 마련하여 점검 대상 선정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는 업종별로 상이한 데이터 처리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던 기존의 일률적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위험이 존재하는 곳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위험지도는 향후 정기 및 수시 점검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어 국가 개인정보 관리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지정 신고제에 맞춰 민관 협력 거버넌스인 조기경보 체계와 핫라인 운영도 본격화한다. 협회 및 단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최신 보안 위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개별 기업이 인지하기 어려운 고도화된 해킹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 CPO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기업 내부에서부터 실질적인 데이터 보호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한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에이전트 인공지능(AI) 등 급격히 확산하는 신기술 분야에 대한 선제적 점검과 가이드라인 제시도 이번 계획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신기술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에 보안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확산 단계에서부터 위험 요인을 식별하여 선제적인 안전 조치를 강구한다. 이는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치 중심의 규제 설계 전략이다.

서비스 기획과 설계 및 개발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bD) 원칙의 제도화도 속도를 낸다. 기존에 IP 카메라나 로봇청소기 등 일부 가전 제품군에 한정되었던 PbD 인증제를 전 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한다. 우수 사례 발굴과 안내서 발간을 병행하여 기업들이 PbD 원칙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자발적 보안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추가 보호 조치를 이행하는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보보호 공시 항목에 추가적인 보호 활동 내역이나 CPO의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여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한다. 이는 법적 의무 준수를 넘어선 기업의 노력을 경제적 혜택으로 보상함으로써 보안 투자가 곧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와 클라우드 및 전문 수탁자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여 데이터 처리 과정의 연쇄적 위험을 차단한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기술(PET)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데이터 보안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공급망 보안은 현대 데이터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만큼, 전방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국가 데이터 주권을 수호한다.

중소 사업자와 영세 사업자의 경우 경미한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처벌보다는 기술 지원을 통한 시정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이는 규제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영세 사업자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여 시장 질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아동, 청소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대하고 사용자 기만적 설계인 다크패턴 등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실태 점검도 병행한다.

일각에서는 위험도에 따른 차등 관리가 자칫 일부 분야의 보안 불감증을 야기하거나 규제 완화의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영역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으며, 자율 점검의 실효성을 담보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차등 관리가 규제의 약화가 아닌 행정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며,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여 중점 분야별 개인정보 처리 실태와 취약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험에 비례한 예방 중심 관리체계를 시장에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또한 기업들이 보안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해야 함을 강조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예방 중심 관리체계로의 전환은 데이터 경제 시대에 걸맞은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로 평가받으며 향후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제 사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고려하는 능동적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는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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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인정보 관리 '사후 처벌'서 '사전 예방' 전면 전환... 고위험군 집중 점검과 과징금 감경 병행 : 기업/산업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