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발 공급망 위기 전방위 확산... 기보·은행권 4534억 긴급 수혈로 중소기업 보호

윤근일 기자
중동발 공급망 위기 전방위 확산... 기보·은행권 4534억 긴급 수혈로 중소기업 보호
©연합뉴스

 

기술보증기금이 KB국민은행, 하나은행과 협력하여 중동전쟁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총 4,534억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한다. 이번 조치는 원유 수급 불안과 수출길 막힘으로 위기에 처한 신기술사업자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민관이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막고 시장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기술보증기금은 KB국민은행 및 하나은행과 '중동전쟁 등에 따른 중소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포용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자금 공급에 나선다. 이번 협약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국내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선제적 대응책이다. 총 4,534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협약보증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는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금융권과 공공기관이 손을 잡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금융 지원의 핵심 재원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출연한 총 100억 원의 자금으로 구성된다. 국민은행은 특별출연금 30억 원과 보증료 지원금 20억 원을 내놓았으며, 하나은행 역시 동일한 규모인 특별출연금 30억 원과 보증료 지원금 20억 원을 분담한다. 이러한 출연금은 보증 재원의 기반이 되어 실제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필요한 신용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민간 은행의 자발적 출연을 통해 정책 금융의 실행력을 높인 점이 이번 협약의 특징이다.

기보는 이번 협약을 통해 수혜 기업의 금융 부담을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우대 조건을 제시한다. 기존 85% 수준이었던 보증비율을 100%로 상향 조정하여 3년간 적용함으로써 은행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기업의 담보 능력을 보완한다. 또한 보증료를 3년간 최대 0.4%포인트 감면하여 중소기업의 이자 외 비용 부담을 경감한다. 이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협약에 참여한 시중은행들 역시 보증료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금융 비용을 추가적으로 분담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보증료의 최대 0.7%포인트를 2년간 직접 지원하여 기업의 체감 금융 비용을 낮춘다. 기보의 보증료 감면 혜택과 은행의 지원이 더해지면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보증료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자금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금융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 체계가 가동되는 양상이다.

지원 대상은 기술보증 요건을 충족하는 신기술사업자 중 중동 리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로 한정하여 정책의 타겟팅을 명확히 한다. 중동 지역으로 직접 수출을 진행 중이거나 수출이 예정된 기업, 그리고 중동발 원유 공급망 차질로 인해 원자재 수급에 타격을 입은 수요기업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로 경영 애로를 겪는 기업이나 협약 은행이 추천하는 기업도 지원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담당하는 기업들을 우선 보호하여 경제 생태계의 붕괴를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유 가격의 변동성 확대는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중동행 물류 적체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번 금융 지원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흑자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공공 보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중동전쟁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경영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권의 공동 대응이다"라며 "신속한 자금 집행을 통해 기업들이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기술 개발과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맞춤형 금융 지원이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 속도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협업 모델이 위기 관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보증 공급이 자칫 부실 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연명 치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기술력과 회복 가능성을 엄격히 심사하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금융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증 규모의 확대가 기보의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향후 중동 정세의 변화에 따라 지원 규모나 대상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보는 이번 4,534억 원의 보증 공급 이후에도 시장 상황을 상시 점검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금융 완화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자금 구조를 개선하고 대외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의 전방위적 지원이 국내 산업계의 허리인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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