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전격 유예…세입자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

정휘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전격 유예…세입자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
©연합뉴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 시 부과하던 실거주 의무를 세입자가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 유예하며 부동산 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무주택자가 임대차 계약이 남은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기존 세입자의 계약 종료 시점까지 입주를 늦출 수 있게 되어 거래 절벽 해소와 형평성 제고가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며 올해 말까지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입할 때 적용되던 엄격한 실거주 의무가 세입자가 거주 중인 모든 주택으로 확대 유예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실거주 의무로 인해 주택 매매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정상화 대책의 일환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취득한 매수자는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반드시 입주해야 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은 주택의 경우 매수자가 즉시 입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실거주 의무 이행 시점을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합법적으로 늦춰주기로 결정했다.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받고자 하는 매도인과 매수인은 오는 29일부터 관할 시·군·구청 등 관할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유예 대상은 지난 5월 12일 기준으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되어 적용된다. 다만 허가를 받은 이후 4개월 이내에 잔금 지급 등 주택 취득 절차를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청 자격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투기 수요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주택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허가 신청일까지 계속해서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경우에만 이번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번 특례 조치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시행된 실거주 유예 조치가 일부 주택에만 적용됨에 따라 발생했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더라도 갭투자를 불허한다는 정부의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규제 완화가 자칫 투기적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가 지난 9일 종료된 시점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함에 따라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는 매수 심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거래 가뭄을 겪고 있는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거주 의무라는 대원칙을 훼손하고 투기 수요의 우회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거주 의무의 시점상 유예가 자칫 자금력이 부족한 매수자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의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무주택자 요건과 임대차 계약 확인 등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정책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법치와 효율성에 기반한 정부의 규제 합리화 기조에 따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절차가 투명해지고 실거주 요건이 현실화됨에 따라 비정상적인 거래 관행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 이후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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