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되어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8명에게 총 1억 3,600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하며 공권력의 불법 행위에 따른 배상 의무를 명확히 했다. 피해 정도에 따라 산정된 위자료는 1인당 최소 160만 원에서 최대 5,180만 원에 달한다.
법원이 삼청교육대 강제 수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과거 정권의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5-2부는 22일 강모 씨 등 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총 배상액은 1억 3,600여 만원으로 확정되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이 산정한 위자료 액수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 개개인이 겪은 가혹 행위의 구체적 정도와 수용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60만 원에서 5,180만 원 사이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 사실이 사법부의 법적 근거를 통해 재차 증명된 셈이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계엄 포고 제13호를 발령하며 전국의 군부대 내에 수용 시설을 설치한 것에서 기인했다. 당시 정권은 사회 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약 4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강제로 수용하여 대규모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수용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군부대로 끌려가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훼손당하는 처우를 감내해야 했다.
특히 수용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자의적 분류에 따라 7,500여 명의 인원이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 1항에 근거해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최장 40개월 동안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강제 노역과 가혹한 순화교육에 동원되는 불이익을 겪었다. 근로봉사라는 명목하에 이뤄진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은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1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협력하여 국가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오랜 기간 침묵을 강요받았던 이들이 사법부의 문을 두드리며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소송 초기에는 국가의 배상 책임 인정 여부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적 다툼이 전개되기도 했다.
과거 사법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소멸시효가 이미 경과했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경향을 보였다. 피해가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났다는 물리적 시간이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판결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장벽은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오랜 기간 좌절을 안겼다.
그러나 2018년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피해자에 대해 소멸시효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면이 급격히 전환되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들은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며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판결 역시 이러한 사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앞당겨 전체적인 배상 규모를 증액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앞당겨 증액해달라고 다퉜으나 전부 기각됐다"고 설명하며 판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법원은 기존의 법리와 판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원고 측의 배상액 증액 요구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국가의 불법 행위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책임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는 사법 원칙이 점차 확립되고 있다. 다만 법원은 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객관적인 피해 증거와 엄격한 법적 기준을 준수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배상 확대보다는 법리적 정합성과 시장 질서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사법부의 보수적 가치를 반영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과거사 배상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 안정성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입증 책임의 소재나 배상 범위의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는 문제를 두고 법조계 내에서도 여전히 미세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계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적 안정성 유지의 필요성과 국가의 책임 이행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진행될 유사한 삼청교육대 피해자 소송에서 중요한 판례적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엄격히 심사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도모하는 사법적 경향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팩트에 기반한 엄정한 심리를 통해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법치 국가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최소한의 법적 명예 회복을 이루었으나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보수적 시각에서도 법치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공권력 집행을 바로잡는 정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대법원 상고 여부와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조계와 시민 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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