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출동한 경찰관까지 폭행한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대전고법은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질렀으며 사법 공권력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주취 상태의 폭력 범죄와 공무집행 방해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고법 제1-2형사부(이선미 부장판사)는 살인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43)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한 양형 부당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1심의 형량이 대법원 양형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정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법치주의 질서를 흔드는 강력 범죄에 대해 관용 없는 태도를 견지하겠다는 사법부의 원칙적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사건은 지난해 9월 19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피해자 B(53)씨의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옛 직장동료 관계였던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를 폭행한 뒤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관계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 할지라도, 인명을 앗아간 행위의 위법성은 상쇄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시각이다.
범행 직후 A씨의 행보는 사법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A씨는 "사람을 죽였다"며 직접 112에 신고했으나, 막상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때리는 등 추가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자신의 범행을 자수하면서도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점은 피고인의 준법정신이 심각하게 결여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형 선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황망하게 생을 마감했고, 유족들 역시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살인 범죄의 특성상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피고인 A씨가 과거에도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질러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은 양형의 핵심적인 가중 요소가 됐다. A씨는 이번 사건 당시에도 이전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으며, 법적 선처를 받는 와중에 또다시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법의 배려를 무시하고 재범을 방지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지적받았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결론지으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선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1심에서 여러 유리하고 불리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단계에서 새로 형을 정할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므로 원심의 형량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판결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술에 취한 상태였음을 강조하며 양형의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취 상태가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하거나 형량을 감경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사법 판단에 반영된 것이다. 검찰 또한 피고인의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법원은 1심의 선고가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상습적인 주취 폭력과 공무집행 방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한 살인 사건은 법원이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사안 중 하나"라며 "경찰관 폭행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징역 15년은 피고인의 사회적 격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법원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이와 유사한 강력 범죄에 대해서도 법원은 무관용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권력에 대한 물리적 행사는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되어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은 술로 인한 우발적 범죄라 할지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의 온전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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