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위기에 빠진 TV홈쇼핑 산업의 활로를 열기 위해 중소기업 상품 편성 의무를 최대 10%포인트 완화하고 고질적인 송출수수료 갈등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유료방송 진흥 업무 이관 이후 처음 마련된 이번 정책은 규제 혁파와 시장 질서 확립을 통해 홈쇼핑사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의 활력을 되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22일 제1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TV홈쇼핑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확정하여 보고받았다. 이번 방안은 과거 유료방송 진흥 업무가 방미통위로 이관된 이후 처음으로 수립된 종합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핵심은 홈쇼핑사에 부과된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 비율을 현재의 55~8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최대 10%포인트까지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이는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홈쇼핑 업계에 편성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시장 친화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의무 편성 비율의 완화는 1단계로 8%포인트를 감축한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추가로 2%포인트를 더 낮추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영홈쇼핑은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여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대신 방미통위는 중소기업 상품의 발굴과 육성 실적을 정밀하게 평가하여 우수한 성과를 낸 업체에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추첨제 등 별도의 진입 트랙을 마련하여 역량 있는 신규 중소기업들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상생의 가치도 동시에 추구한다.
데이터홈쇼핑 분야에서도 파격적인 규제 혁파가 이루어지며 화면 구성의 제약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통위는 기존에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던 데이터홈쇼핑 화면의 데이터 영역 최소 비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몰입감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홈쇼핑사의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더불어 데이터홈쇼핑 전용 채널 신설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여 디지털 기술 기반의 홈쇼핑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의 고질적 분쟁 원인이었던 송출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중재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방미통위는 대가검증 협의체의 법적·실무적 기능을 보강하여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협상 결렬 시 발생할 수 있는 송출 중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하여 방송 생태계의 안정성을 도모한다. 정액수수료 방송 허용 비율을 데이터홈쇼핑 20%, TV홈쇼핑 25%까지 확대 적용하여 홈쇼핑사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조치도 병행한다.
시장의 자율성과 정부의 개입 수위를 두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와 견해 차이가 노출되었다. 윤성옥 위원은 "정부라는 행정기관이 민간 사업자 간의 자율적인 계약 관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민수 위원은 "현재의 갈등 구조가 산업 전체의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공정한 조정자로 개입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논의는 향후 세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정부가 지켜야 할 중립적 위치와 정책적 균형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이번 정책이 산업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규제 완화가 단순한 기업 혜택에 그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홈쇼핑사의 자구 노력과 결합하여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장 질서의 회복과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방미통위는 홈쇼핑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하는 SK스토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SK텔레콤에서 스타트업 기업인 라포랩스로 최다액출자자를 변경하는 심사 기본계획안을 의결하고 정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방미통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라포랩스의 재정적 건전성과 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 가능성, 그리고 기존 인력의 고용 승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최종 승인 여부는 오는 7월 의결될 예정이며, 이는 홈쇼핑 업계의 자본 구조 변화와 신규 플레이어 진입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 발표는 위기에 직면한 홈쇼핑 산업이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규제 완화를 통한 편성의 유연성 확보와 송출수수료 중재를 통한 비용 최적화는 홈쇼핑사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화된 규제가 중소기업의 판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향후 과제로 남겨졌다. 정부의 이번 진흥 방안이 실제 시장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의 정교한 운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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