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8주간의 상승세 멈춘 기름값, 휘발유 2011원대로 하락 전환하며 고물가 압력 일시 완화

윤근일 기자
8주간의 상승세 멈춘 기름값, 휘발유 2011원대로 하락 전환하며 고물가 압력 일시 완화
©연합뉴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8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당 0.4원 내린 2011.3원을 기록하며 장기 상승 국면에서 벗어났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며 시장 안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시장의 바로미터인 주유소 기름값이 8주간 지속된 가파른 상승 곡선을 멈추고 하락 반전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리터당 0.4원 하락한 2011.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국내 수급 상황과 가격 결정 구조가 일시적인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 가격 분포를 살펴보면 대도시권과 지방 사이의 뚜렷한 격차가 여전히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0.4원 하락한 2051.4원을 기록했다. 반면 최저가 지역인 대구는 지난주보다 1.4원 내린 1994.4원을 나타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1900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사 브랜드별 가격 경쟁에서도 유통 구조에 따른 차별화된 가격 전략이 포착됐다. SK에너지 주유소가 리터당 평균 2015.8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유지한 반면, 알뜰주유소는 1996.5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브랜드 간 가격 차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 내 자율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유 판매 가격 역시 휘발유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번 주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0.3원 하락한 2005.9원을 기록하며 하락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산업용 및 화물 운송용 연료 수요가 집중된 경유 시장에서 물류비용 부담을 소폭 경감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교적 협상 소식이 교차하며 복합적인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우려가 확산되면서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되었으나,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 폭은 일정 부분 제한됐다. 이러한 대외적 불확실성은 국내 유가 결정의 핵심적인 선행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1.5달러 상승한 배럴당 106.3달러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2.3달러 상승한 135.3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1.8달러 오른 163.1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국제 유가 변동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주의 국제 가격 상승은 향후 국내 가격의 재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하락 전환을 추세적 안정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에너지 경제 전문가는 "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운 구조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민생 경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석유 제품에 대한 가격 통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적용된 6차 석유 최고가격은 이전 회차와 동일한 수준에서 다시 한번 동결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의 최고가격 체계가 유지되며 시장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동결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수급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 결정 과정에서 시장 원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정유 및 유통 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법치와 시장 질서를 중시하는 경제 구조에서 정부 개입의 적정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야기한다.

향후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의 흐름과 정부의 유류세 정책,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오피넷 등 실시간 유가 정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유소별 가격 차이를 확인하는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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