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국은행, 고물가·고환율에 '매파적 동결' 무게...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관측

정휘 기자
한국은행, 고물가·고환율에 '매파적 동결' 무게...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관측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고물가와 고환율,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한 '매파적 동결'이 유력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를 기록함에 따라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 경제의 가늠자인 4월 산업활동동향과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도 잇따라 발표되며 한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현재의 기준금리 유지 여부를 판가름한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진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어두는 동결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물가 흐름과 대외 리스크를 점검하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근거로는 불안정한 환율 흐름과 가계부채의 재점증이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20원대에 육박하며 수입 물가 압박을 높이고 있는 점은 통화 당국에 상당한 부담이다. 여기에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금리 인하 논의를 차단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지난달 취임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첫 번째 통화정책 결정 회의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신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철학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신임 총재의 데뷔전에서 나올 발언 수위에 따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같은 날 한국은행 조사국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및 물가 수치를 다시 제시한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을 2.0%, 물가상승률을 2.2%로 예상했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이를 모두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물가 상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서민 금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과 금융 범죄 대응 체계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8일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주재하고 매입채권추심업의 허가제 전환 방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기존 등록제로 운영되던 추심업을 허가제로 바꿔 부실 채권 추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입채권추심업은 연체채권을 저가에 매입해 추심 이익을 내는 구조이므로 엄정한 규율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내달 출범할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통해 채무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운영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금융권 협의체 운영 방안과 신종 피싱 대응 지침도 같은 날 논의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하는 4월 산업활동동향은 한국 경제의 실질적인 경기 회복 강도를 측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트리플 상승을 기록하며 경기 반등의 신호를 보였다. 당시 전산업 생산지수는 0.3%, 소매판매액지수는 1.8%, 설비투자지수는 1.5% 각각 상승하며 6개월 만에 긍정적인 지표를 산출했다.

다만 4월 지표에서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생산 지수를 견인하고 있으나 고물가로 인한 내수 소비 위축이 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 현장의 설비투자가 지속적인 확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기 흐름의 관건이다.

국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도 28일 공개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2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나 실질소득 증가율은 1.6%에 그쳐 물가 상승의 영향을 실감케 했다. 특히 소득 분배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59배로 확대되며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인구 구조 측면에서는 소폭의 출생아 수 증가세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지난 1월과 2월 출생아 수는 각각 2만 6,916명과 2만 2,898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반등에 성공했다. 27일 발표될 3월 인구동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저출산 국면의 일시적 완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금리 동결이 물가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내수 경기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긴축 기조 속에서도 취약 계층의 금융 부담을 완화할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세라는 기회와 고물가·고금리라는 위기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금융 규제 개편이 맞물리는 이번 주 발표 내용들은 향후 경기 대응의 핵심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정책 당국은 지표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거시경제 안정과 민생 경제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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