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국내 비만약 시장 1년 새 3.4배 폭증... K-바이오, '위고비·마운자로' 양강 구도에 도전장

이성경 기자
국내 비만약 시장 1년 새 3.4배 폭증... K-바이오, '위고비·마운자로' 양강 구도에 도전장
©연합뉴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8,000억 원을 돌파하며 1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파마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시장의 86%를 점격한 가운데, 한미약품을 필두로 한 국내 제약사들이 하반기부터 국산 신약을 앞세워 반격에 나선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1년 만에 3배 이상 팽창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426억 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8,195억 원으로 급증하며 유례없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고효능 치료제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수요가 폭증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 비만약 시장은 이제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성인 인구 3명 중 1명이 의학적 비만 상태에 놓이면서 치료제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시장의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의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글로벌 빅파마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질병관리청의 최신 조사 결과는 이러한 시장의 팽창이 구조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34.4%가 비만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는 2015년의 26.3%와 비교해 9년 만에 8%포인트 이상 급증한 수치다. 비만율의 우상향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체중 관리를 단순한 미용이 아닌 질병 치료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인 65%가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은 고가의 비만 치료제에 대한 지불 의사로 이어지며 시장의 고속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주 1회 투여로 높은 감량 효과를 내는 신세대 약물들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현재 국내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독주 체제다. 지난해 품목별 판매액을 보면 위고비가 4,833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59%를 점유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마운자로는 2,2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7%의 점유율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삭센다의 몰락은 시장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삭센다의 판매량은 2024년 698억 원에서 지난해 123억 원으로 80% 이상 급감하며 주류에서 밀려났다. 매일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삭센다에 비해 주 1회 투여로 편의성을 높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환자들이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반면 마운자로는 GLP-1과 더불어 GIP라는 호르몬 수용체까지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로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이러한 효능의 차이가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면서 글로벌 빅파마 간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독주에 맞서 국내 제약사들도 국산 비만약 개발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약이 될 전망이며 한국인의 체형과 대사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약물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미약품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손실을 최소화하는 삼중 작용제와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차세대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 비만약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근감소증을 해결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과의 정면 대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셀트리온 역시 GLP-1 기반의 4중 작용 주사형 치료제와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형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사제의 경우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먹는 비만약은 주사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 병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제형의 혁신을 통해 시장 틈새를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치료제와 월 1회만 투여해도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이 핵심이다. 패치형 치료제는 통증이 없고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기존 주사제 시장을 대체할 강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일동제약과 HK이노엔 등 중견 제약사들의 참전도 시장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HK이노엔은 외부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약물보다 개선된 투여 편의성과 경제성을 무기로 시장 진입을 노린다.

다만 국산 약물이 글로벌 빅파마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이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선점한 상태에서 단순한 미투(Me-too)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임상적 유효성뿐만 아니라 약가 정책과 유통망 확보 등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서의 혁신이 요구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국산 비만약이 위고비나 마운자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점유율을 높일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우선 국산 비만약이 가격 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현재 시판되는 치료제들의 부작용을 줄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사 투여 간격을 월 1회로 늘리거나 알약 형태로 전환하는 등 편의성 개선 경쟁으로 번질 전망이다. 또한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대사 질환 전반을 다스리는 복합 치료제로의 진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K-바이오가 글로벌 거인들이 장악한 이 시장에서 가격과 부작용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실질적인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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