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모바일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PC 스팀과 콘솔 플랫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의 신작이 출시 5일 만에 400만 장 판매를 돌파하고 넥슨의 해외 자회사 작품이 누적 1,600만 장을 기록하는 등 패키지 게임 시장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플랫폼 다변화 전략은 게임사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은 물론 실질적인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지며 한국형 AAA급 대작 개발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PC와 콘솔 플랫폼을 겨냥한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연이어 기록적인 흥행 지표를 써 내려가며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과 모바일 플랫폼에 치중했던 수익 모델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춘 고사양 패키지 게임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플랫폼 확장을 넘어 기업의 중장기적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전통적인 게임 강국의 이용자들을 사로잡으며 한국 게임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해외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신작이 단기간에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언노운월즈가 지난 15일 얼리 액세스로 선보인 ‘서브노티카 2’는 출시 약 5일 만인 21일 기준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넘어섰다. 이는 ‘배틀그라운드’ 이후 크래프톤이 관여한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판매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며 증권가에서도 실적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제작 과정 전반을 해외 제작진이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이 시너지를 낸 결과로 분석된다.
넥슨 역시 해외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아크 레이더스’의 기록적인 흥행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 게임은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600만 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넥슨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1분기에만 582억 엔, 한화 약 5,4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경영진은 성과를 주도한 엠바크스튜디오의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를 일본법인 회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 중심의 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펄어비스의 액션 어드벤처 대작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 만에 50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수익 구조의 글로벌화를 입증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4%에 달해 북미와 유럽 시장이 흥행의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이번 흥행을 통해 확보한 인지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게임 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중견 게임사인 네오위즈도 2023년 출시한 ‘P의 거짓’의 성공 이후 내러티브 중심의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웹보드 및 모바일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고품질 패키지 게임 전문 개발사로의 변모를 꾀하는 모양새다. 회사는 라운드8스튜디오를 필두로 국내 스타 개발자들을 대거 영입하여 후속작과 신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역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단발성 흥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IP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트리플A급 대형 프로젝트들도 글로벌 시장 출격을 앞두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넥슨게임즈는 전우치전을 소재로 한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티저를 공개하고 조선시대풍 판타지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한 인력 확보에 나섰다. 크래프톤은 이영도 작가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한 ‘프로젝트 윈드리스’를 국내외 협업 체계를 통해 개발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K-컬처의 흥행과 맞물려 한국 고유의 서사를 담은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소 및 신생 개발사들 또한 작품성과 참신함을 무기로 PC와 콘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1일 개막한 플레이엑스포에서 라인게임즈는 기존 모바일 서비스와 차별화된 패키지 형태의 신작 4종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생 개발사인 에이버튼은 컴투스의 지원을 받는 모바일 프로젝트 외에도 스팀 기반의 ‘건즈앤드래곤즈’를 병행 개발하며 플랫폼 다변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과거 모바일 게임에만 매몰되었던 개발 생태계가 점차 다양성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이러한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 노력이 단기적인 비용 상승과 개발 기간 장기화라는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AAA급 게임의 경우 초기 흥행 실패 시 기업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모바일 게임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질서의 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패키지 게임의 특성상 초기 판매량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커뮤니티 관리와 업데이트 역량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스팀이나 콘솔 시장 도전 경험이 늘며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쌓이고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신규 IP라도 유튜브나 디스코드 같은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게임을 알리고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난 것도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앞으로도 고품질 그래픽과 심도 있는 내러티브를 갖춘 신작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완성도 높은 게임성이 향후 K게임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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