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해운대 모래축제 예술품 목발로 파괴한 70대 입건, 법치와 공공질서 훼손 논란

이겨례 기자
해운대 모래축제 예술품 목발로 파괴한 70대 입건, 법치와 공공질서 훼손 논란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핵심 문화 자산인 모래축제 전시 작품이 70대 남성의 고의적인 행위로 파손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의자는 출입 통제선을 무단으로 넘어 러시아 작가가 제작한 해녀 조형물의 안면부를 목발로 타격해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공 예술물에 대한 성숙한 시민 의식 부재와 지역 축제의 관리 체계 허점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21일 오후 4시경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전시 중인 모래 조각상을 훼손한 70대 남성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기초 조사를 마쳤다. A씨는 가족과 동행하며 축제 현장을 관람하던 중 갑작스럽게 전시장 내부로 진입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A씨를 임의동행했으며 조만간 정식 소환을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고의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범행의 표적이 된 작품은 해녀를 형상화한 '바다의 어머니들'로 러시아 국적의 작가가 부산의 상징적 이미지를 재해석해 제작한 핵심 전시물이다. A씨는 작품 보호를 위해 설치된 가이드라인인 출입 통제선을 가볍게 무시하고 안쪽으로 침입한 뒤 자신이 사용하던 목발을 휘둘렀다. 조형물의 얼굴 부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모래 조각 특유의 정교한 외형이 심각하게 함몰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로 개최된 해운대 모래축제는 '모래로 떠나는 부산 시간여행'이라는 대주제 아래 부산의 역사와 주요 랜드마크를 담은 17점의 대형 모래 조각을 선보였다. 축제의 공식 행사는 지난 18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종료됐으나 주최 측은 시민과 관광객의 관람 수요를 고려해 작품 전시를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물들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해 부산의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찰은 현장 상황과 피의자의 연령 및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일단 신병을 가족에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씨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주 우려 등이 없어 가족들에게 신병을 인계했다"며 "조만간 A씨를 불러 구체적인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범행 당시 A씨의 심신 상태와 피해 규모를 정밀하게 산정하여 사법 처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며 재물손괴죄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 사회와 문화계는 이번 사건이 공들여 조성한 공공 예술 콘텐츠를 단숨에 파괴한 명백한 법질서 교란 행위라며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해외 작가의 작품이 훼손됨에 따라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향후 축제 참여 작가 섭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전시 종료 후에도 작품이 야외에 노출되는 만큼 보다 정교한 보안 인력 배치와 CCTV 감시 체계 강화 등 사후 관리 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피의자가 70대의 고령이고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우발적인 행동이나 인지 기능의 일시적 문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령층의 돌발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범죄 행위를 넘어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법 기관은 이러한 개인적 사정과 예술품 파괴라는 범죄의 엄중함을 동시에 고려하여 형사 처벌의 형평성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청과 축제 조직위원회는 훼손된 작품의 복구 가능 여부를 전문가와 협의하는 동시에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공공장소에 전시된 예술품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유무형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민 교육과 홍보 활동도 병행되어야 한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재물손괴 혐의가 확정될 경우 피의자는 형사 처벌은 물론 작가와 주최 측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이라는 경제적 후폭풍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그것을 향유하는 공동체의 품격과 직결되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공동체 전체의 자부심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의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공공 기물에 대한 시민들의 법적 책임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치 국가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타인의 재산권 침해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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