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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의 기틀' 닦은 거목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

이겨례 기자
'언론 자유의 기틀' 닦은 거목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별세
©연합뉴스

 

한국 언론학계의 원로이자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합동통신 기자 출신으로 한국언론학회장과 초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역임하며 한국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확립에 평생을 헌신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 기틀을 닦으며 국내 뉴스 생태계의 질서를 재편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박영상 교수는 현장 기자에서 출발해 학계에 투신한 입지전적 인물로 한국 언론사의 산증인이다.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가톨릭대 신학부 예과를 거쳐 한양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합동통신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언론 실무를 익혔다. 실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은 이후 그가 학문적 깊이를 더하고 언론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자양분이 되었다.

고인은 언론 자유를 향한 갈망과 권력의 압박에 대한 저항 정신을 학문적 동력으로 삼아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에서 신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배경에는 당시의 암울했던 언론 검열 환경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2005년 한양뉴스포털과의 인터뷰에서 "굳이 표현의 자유나 다원주의 같은 거창한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이 현장에서 접한 권력의 추악함에 환멸을 느껴서 유학을 떠났다"고 회고하며 언론인의 소명 의식을 강조했다.

1983년 모교인 한양대 강단에 선 이후 25년간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언론학의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1999년 한국언론학회장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을 지내며 학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으며 관훈클럽 편집위원 등 언론인 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단순한 이론가에 머물지 않고 현장과 학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저널리즘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매진했다.

박 교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뉴스통신진흥회의 초대 이사로서 국가 기간 뉴스통신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점이다.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2005년 출범한 진흥회에서 그는 이창우 이사장 등과 함께 뉴스통신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뉴스통신사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현재의 뉴스 공급 체계 확립에 기여했다.

그는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시청자 권익 보호와 방송 저널리즘 윤리 확립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시청자협의회 위원장과 SBS 시청자위원장을 역임하며 방송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공정성 확보를 도모했다. 특히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위원회를 이끌며 현장 기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서를 펴내는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교육에 힘을 쏟았다.

고인은 '뉴스란 무엇인가', '언론자유의 재개념화를 위한 시론', '언론과 철학'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언론의 본질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그가 남긴 저술들은 저널리즘의 철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후대 학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문헌이 되고 있다. 특히 말년에 발간한 '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이론과 실무의 결합을 중시했던 그의 평생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학문적 엄격함이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속도감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본질적 가치인 사실 보도와 공정성이라는 대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학자적 고집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효율성보다 저널리즘의 무결성을 우선시했던 그의 태도는 오늘날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종숙 씨와 박은영, 박주영, 박경식 등 1남 2녀가 있으며 며느리 니키 스타마텔로스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다. 고인은 인천푸른바다 해양장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며 생전 그가 사랑했던 언론계와 학계의 배웅을 받게 된다.

박 교수의 별세는 한국 언론학계에 큰 손실이자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한다. 그가 남긴 수많은 체크리스트와 저술은 앞으로도 현장 기자들이 마주할 윤리적 갈등의 순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던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한국 언론의 역사에 깊이 각인되어 계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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