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이 연 5%선을 돌파하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급등한 결과, 대출 금리는 2022년 하반기 '빅스텝' 당시 수준으로 회귀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한 달 새 1조 5,000억 원 가까이 폭증하며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에 따른 '빚투' 경고등이 켜졌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하단이 심리적 저지선인 5%를 넘어서며 가계 금융 비용 부담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지표 금리인 금융채 5년물 상승 폭에 맞춰 0.10%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의 혼합형 금리 하단은 연 5.07%로 올라서며 고금리 시대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고정금리 하단이 5%대를 기록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됐던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당시의 3.00%보다 낮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며 선행하고 있다.
중동 분쟁 확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을 자극하며 국내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3월 말 4.12%에서 최근 4.24%까지 치솟으며 대출 금리 상승을 견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 하락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금리 상승 추세는 뚜렷하게 관찰되며 차주들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4.53%에서 7.13%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다. 지난 3월 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사이에 금리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2%포인트씩 동반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신용대출 시장 역시 금리 상승의 파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하단 금리는 이미 4%대에 안착했다. 1등급 기준 1년 만기 신용대출 금리는 연 4.10%에서 5.74%로 집계되어 두 달 전보다 하단이 0.25%포인트 급등했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이 같은 기간 0.13%포인트 상승한 영향이 대출 현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또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의 상승에 따라 상·하단이 각각 0.02%포인트씩 상향 조정되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81%에서 2.89%로 높아지며 변동금리 차주들의 이자 상환 압박을 키우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으며 매일 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마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을 체감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역설적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41조 2,822억 원을 기록하며 전월 말 대비 약 1조 5,000억 원 폭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로,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유동성 수요가 여전히 강력함을 시사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강세장에 올라타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빚투'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대출 이자율보다 주식 등 자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판단이 차주들을 위험 자산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는 가계 경제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금리 급등이 시장의 과잉 대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소비 침체가 가속화되어 결국 금리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기계적 중립 관점에서 볼 때, 인플레이션 지표가 안정을 찾으면 채권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무리한 대출을 자제할 것을 연일 권고하고 있다. 당분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비중을 조절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인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과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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