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인 리니언시가 담합 적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상습적인 법 위반을 막지 못하는 실효성 한계와 정보 비공개에 따른 투명성 결여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설탕 및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드러난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기업들의 행정소송 남발은 현행 제도의 전면적인 보완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특히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는 방식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리니언시는 1997년 도입된 이후 은밀하게 이뤄지는 기업 간 담합을 파악하고 적발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주요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이는 경제학의 게임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 원리를 활용하여, 먼저 자백하는 사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공조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담합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진 신고한 1순위 업체는 과징금 전액을, 2순위 업체는 50%를 면제받는다.
위법 행위에 대한 파격적인 감면 혜택이 오히려 담합의 재발을 막지 못하는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시장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내 설탕 시장에서 가격을 밀약하다 적발되어 지난 2월 과징금을 부과받은 CJ제일제당은 19년 전인 2007년에도 동일한 혐의로 적발된 전력이 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검찰 고발을 면제받고 과징금의 절반을 감경받았으나, 이후 또다시 담합에 가담하며 제도의 징벌적 기능이 마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는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여 부당 이득을 챙긴 기업이 자진 신고만으로 처벌을 피하는 구조는 법치주의의 근간인 공정성을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각에서는 리니언시가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의 자정 작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진신고자의 신원과 감면 여부 등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는 방침은 이른바 '깜깜이' 행정이라는 밀실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07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조사 공무원의 정보 누설 금지 규정이 명시된 이후, 리니언시 적용의 구체적 내역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통해 자진신고자 혜택 여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과 달리, 공정위의 결정은 외부의 감시와 견제로부터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불투명한 제도 운영은 과징금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공정위 행정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정위는 최근 설탕 담합 3사에 4,083억 원, 밀가루 담합 7사에 6,71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리니언시가 적용될 경우 실제 수납액은 발표치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록 공정위 관계자가 이번 설탕 담합 적발 기업들에 대해서는 자진신고 감면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제도 전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 2021년 정기감사를 통해 공정위가 반복적 위반이나 중대한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고발 면제 검토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자진신고자라 하더라도 경쟁 질서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역시 구체적인 수혜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아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혜택을 받고도 법정 공방을 벌이는 기업들의 행태는 리니언시 제도의 권위를 더욱 실추시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초 담합이 적발된 설탕 제조 3사는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하여 현재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는 조사 과정에서 협조하여 혜택을 노리면서도 사후에는 법적 절차를 통해 제재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이중적인 전략으로 풀이되며,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공정위는 리니언시를 둘러싼 비판을 수용하여 최근 '반복 담합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제도 운용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담합 제재 후 5년 이내 재범 시에만 적용하던 감면 박탈 규정을 확대하여, 5년 초과 10년 이내에 재담합을 벌일 경우에도 혜택을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지능화되는 기업들의 담합 행위를 근절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더 높은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담합을 주도한 주도 사업자나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에 대해서는 리니언시 적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장 포식자가 리니언시를 악용해 경쟁사를 제거하거나 처벌을 피하는 행위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악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정교한 법적 장치 마련이 국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리니언시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운영의 투명성과 엄격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담합은 증거 싸움이고, 리니언시가 없으면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공방이 있음에도 계속 유지되는 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임을 강조했다. 결국 제도의 존치 여부보다는 상습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와 정보 공개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향후 리니언시 제도는 단순한 적발 도구를 넘어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진 신고자에 대한 보호와 처벌의 형평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공정거래 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엄격한 재발 방지 대책이 병행될 때만이 리니언시는 비로소 '밀실 면죄부'라는 오명을 벗고 시장 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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