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노노갈등 법정행... 동행노조, '성과급 100배 격차' 임금협상 투표 중지 가처분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노노갈등 법정행... 동행노조, '성과급 100배 격차' 임금협상 투표 중지 가처분
©연합뉴스

 

삼성전자 내 비반도체 부문 중심의 제3노조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효력 정지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사업부 간 극심한 성과급 불균형과 소수 노조 배제를 문제 삼아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는 물론 내부 조직 결속력까지 중대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동행노조는 이번 합의안이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 교섭 체계가 다수 노조의 독단으로 운영되며 소수 노조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묵살했다고 판단하고 법의 심판을 구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찬반 투표는 삼성전자 노사가 오랜 협상 끝에 마련한 2026년도 임금 및 복리후생에 관한 잠정적 결론을 묻는 절차다. 하지만 동행노조는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DX 부문 직원들의 결집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들을 투표 과정에서 배제했다고 비판한다. 이는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 동행노조 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동행노조의 세력 확장은 삼성전자 내부의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과거 2,600여 명에 불과했던 동행노조 가입자 수는 최근 DX 부문 직원들의 대거 합류로 인해 1만 3,000여 명까지 급증하며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급격한 조직 팽창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형평성 논란이 단순한 불만을 넘어 조직적인 집단행동으로 번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잠정합의안에 명시된 사업부별 보상 격차는 내부 갈등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은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6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는 반면, DX 부문 직원들에게는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만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백 배에 달하는 보상 차이는 동일 기업 내 구성원들 사이에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며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동행노조는 당초 초기업노조 및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사측과 협상에 임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DX 부문의 특수한 경영 환경과 기여도가 반영되지 않는 협상 구조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동행노조 관계자는 "정당한 의견수렴을 약속했던 초기업의 끝은 비열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DX 결집이 이루어지자 기습적으로 투표권을 빼앗아 입을 막으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초기업노조 측은 동행노조가 자발적으로 공동투쟁본부를 이탈한 만큼 이번 투표에 참여할 법적 권한이 사라졌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찬반 투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소수 노조의 돌발적인 법적 대응이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노노 간의 주도권 싸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삼성전자의 대내외적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가 고수해 온 성과 중심 보상 체계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사업부별 실적에 따른 차등 보상은 시장 경제의 원리에 부합하지만, 그 격차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법원의 판단이 노사 관계의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기준점이 될 것인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찬반 투표 마감 시한인 오는 27일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법원이 동행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전자의 2026년 임금협상은 전면 무효화되거나 재협상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는 경영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노사 간의 신뢰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동행노조의 입지는 좁아지겠지만 내부의 잠재적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사업부 간의 보상 격차를 완화하고 노조 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인사 전략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지표와 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사 양측 모두 감정적 대립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여 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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