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수서역 공사 현장 토사 붕괴로 60대 작업자 매몰 사망... 경찰 '안전 부목 미설치' 집중 수사

이겨례 기자
수서역 공사 현장 토사 붕괴로 60대 작업자 매몰 사망... 경찰 '안전 부목 미설치' 집중 수사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하수관로 정비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매몰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붕괴 방지용 안전 장치인 부목이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시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3명 중 2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흙더미에 갇힌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뒤 병원에서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일대에서 진행 중이던 노후 하수관로 정비 사업 현장이 인명 사고로 인해 전면 중단되고 사법 기관의 정밀 조사를 받게 되었다.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는 사고 직후 현장 통제와 함께 당시 작업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한 기초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책임 소재 규명에 돌입했다. 이번 사고는 도심지 공공 공사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제대로 준수되었는지를 묻는 엄중한 사안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피해를 입은 60대 노동자 A씨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2m 높이의 토사를 피하지 못하고 매몰되어 생을 마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노후화된 불량 하수관을 교체하기 위한 맨홀 거푸집 설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하 굴착면의 수직 사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별다른 지지 구조물 없이 작업이 강행되다가 토압을 이기지 못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 목격자들과 생존 작업자들은 붕괴가 순식간에 일어나 손을 쓸 틈이 없었다고 진술하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발생 시각인 낮 12시 20분경은 통상적인 작업이 이어지던 때였으나 안전 관리의 공백이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시공사가 굴착 작업 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토사 붕괴 방지용 부목을 실제로 배치했는지 여부에 쏠려 있다. 수사 당국은 사고 직후 현장 감식을 통해 지반을 지지하는 안전 시설물의 흔적을 찾으려 했으나 육안상으로 부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당시 현장 상황을 재구성할 예정이며, 특히 토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부목을 설치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장 관리자가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자력으로 대피하여 화를 면한 동료 작업자들과 공사 책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여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부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며, 이는 명백한 안전 관리 소홀의 징후로 판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작업 전 안전 점검 실시 여부와 감리자의 현장 상주 여부 등도 함께 확인될 예정이다. 만약 안전 조치 미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공사를 발주한 기관과 시공사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 작업자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는 맨홀 거푸집을 설치하는 공정 도중 수직 사면의 토사가 갑작스럽게 붕괴하며 발생했다. 좁은 굴착 공간 내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하수관로 공사의 특성상 측면 토사의 안정성 확보는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요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막인 부목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사망한 A씨는 구조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의료진의 응급 처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물론 공사 업체 측에서는 현장의 지질 특성이나 예상치 못한 지반 약화 등 외부적인 변수가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주장할 소지가 있다. 도심지 지하 공사는 주변 건물의 진동이나 지하수의 흐름 등 가변적인 요소가 많아 완벽한 통제가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떠한 지질 환경에서도 작업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보강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공사의 책임을 묻고 있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인명 사고에 대한 엄격한 책임 추궁은 산업 현장의 기강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서울 도심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매몰 사고는 공공 인프라 정비 사업의 관리 감독 체계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노후 하수관로 정비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생명이 희생되는 것은 공공 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수서역 인근과 같이 유동 인구가 많고 기반 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의 공사는 더욱 정밀한 안전 설계와 철저한 현장 감독이 요구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하수관로 정비 현장에 대한 전수 조사와 안전 가이드라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는 확보된 증거물과 진술을 바탕으로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사항을 낱낱이 밝혀내는 데 집중될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해당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정밀 진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집행 기관의 단호한 대응은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수칙 준수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유가족과의 합의 및 보상 절차와 별개로 형사적 책임 규명은 타협 없이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결국 이번 수서역 매몰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여전히 현장의 속도와 비용 논리에 밀려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가시화될 것이며 이는 향후 유사한 공정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공사 강행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도심지 지하 작업의 위험성을 상시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장치를 강제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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