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성장을 근거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가 2.5%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고, 1분기 성장률 역시 1.7%로 시장 예상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며 통화 긴축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하며 8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 전문가 6인 전원이 동결을 예상한 가운데,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1년 동안 금리를 묶어두는 초장기 관망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회의는 단순한 동결을 넘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매파적 기조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한은이 부쩍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과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성장세를 근거로 긴축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지표는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며 한은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하며 1998년 2월 이후 28년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원재료 가격이 28.5% 급등하며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점은 향후 소비자물가로의 전이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수입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는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소비자물가 역시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상회하며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6% 상승했으며, 그중에서도 석유류 가격은 21.9% 폭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준에 육박했다. 1월과 2월 2.0%대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3월 2.2%, 4월 2.6%로 가파르게 반등하자 한은 내부에서도 5월 오름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국제 유가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시키고 있는 점이 물가 안정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물 경제의 성장세는 통화 완화의 명분을 지우고 오히려 긴축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한은의 당초 전망치였던 0.9%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 압력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 중반대로 상향 조정하며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관리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또한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1,520원을 넘나들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며 환율이 지난 3월 기록한 1,540원 선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중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므로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가격의 재과열 조짐은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상승하며 3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했다. 이는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발표된 시점과 맞먹는 수준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불안이 맞물린 상황에서 한은이 완화적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어 정책 결정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공습과 반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석 달째 이어지며 종전 협상은 막판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협상 타결 시 유가 하락과 국채 금리 안정을 기대할 수 있으나, 반대로 확전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금통위가 금리를 일단 동결하면서도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매파적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가파른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내수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수출은 견조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 경제의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긴축은 경제 주체들에게 과도한 고통을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한은은 경기 하방 위험과 물가 상방 위험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 잡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물가 제어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장의 모든 관심은 신현송 한은 총재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상황 등에 따른 물가와 성장 경로, 환율 및 집값 변수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을 견지하면서도, 금리 인상 시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월 점도표에서 인상 의견이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들의 점이 늘어나는 등 내부 기류 변화가 포착될지 여부가 향후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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