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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고환율에 포장재 가격 폭등... 주류업계 '연간 수백억' 원가 부담 비상

정휘 기자
고유가·고환율에 포장재 가격 폭등... 주류업계 '연간 수백억' 원가 부담 비상
©연합뉴스

 

국제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인해 페트병과 비닐 등 주류 포장자재 납품단가가 최대 50%까지 폭등하며 국내 주류업계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기업들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원가 압박을 직접 흡수하고 있다.

국내 주류 시장이 고환율과 고유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원가 관리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이 플라스틱과 페트병 생산 원가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며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 기반의 포장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 주류 기업들의 연간 비용 부담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주류 제조 현장에서는 맥주와 소주 생산에 필수적인 페트병 및 상표류의 납품단가가 이달부터 약 20% 인상되며 실무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제품 묶음 포장에 쓰이는 수축필름과 랩핑필름 등 비닐류 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50% 안팎의 폭등세를 기록하며 제조 원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오는 7월까지 공캔과 공병, 알루미늄 병뚜껑 등 거의 모든 부자재의 추가 단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어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인상안이 확정될 경우 연간 구매 비용 부담이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발주한 수입 설비의 지출 비용까지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기업의 설비 투자와 재무 건전성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업체들 역시 대체 공급처 확보 등 내부 대응 방안을 검토하며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원자재 비용 폭등의 근본 원인은 국제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에 따른 에너지 및 기초 소재 비용 증가에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12월 60달러대 대비 약 67% 상승하는 기록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 증가로도 이어져 한 대형 주류업체의 올해 1분기 물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억 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캔 제품의 핵심 원료인 알루미늄 역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t당 3,500달러 선을 기록하며 작년 초 대비 4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알루미늄은 전력 소모가 많은 금속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류 용기 생산 단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종이 박스 등 지류 자재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류 한 병을 생산하기 위한 모든 공정이 비용 상승 압박에 노출된 셈이다.

주류 대기업들은 포장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대다수가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가 인상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분위기다. 상생협력법에 따른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 중인 업체들은 원재료 상승분을 매입 가격에 반영하며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으로 꾀하고 있다. 이는 원가 부담을 대기업이 직접 흡수함으로써 중소 협력사의 경영난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 기업들은 이처럼 가혹한 원가 상승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 가격 동결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 경제의 부담을 고려하여 내부적인 경영 효율화와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최대한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제품 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용 흡수 방식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영업이익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재무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원가 상승폭이 기업의 자체 감내 수준을 넘어서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 위축 우려가 맞물려 있어 당분간은 기업들의 고육지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제 유가와 환율의 변동 추이는 주류 시장의 가격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 경영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징후를 예의주시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과 연동된 국내 물가 변화 추이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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