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공유지와 임야를 무단 점유하고 옹벽이나 평상을 설치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피고인은 환경 개선과 경미한 행위임을 주장하며 무죄를 다퉜으나 사법부는 법치 행정의 엄격성을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산지관리법 및 공원녹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경기 김포시 일대 임야와 공유지에 허가 없이 시설물을 설치하고 철거한 A씨의 행위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사유지 인근의 녹지나 산지를 무단으로 가꾸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가 공익적 목적이나 미관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피고인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산지관리법과 공원녹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사유지와 공공 용지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이번 판결에 반영되었다. 무단 점유와 형질 변경은 단순히 개인의 편의를 넘어 국토의 계획적 이용과 보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이 선고한 벌금 500만 원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사건을 종결했다.
A씨는 2022년 6월 김포시 소재 임야에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평상 3개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산지 내 시설물 설치는 반드시 사전 허가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피고인은 이후 김포시청으로부터 해당 시설물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피고인의 위법 행위는 임야뿐만 아니라 공유재산인 녹지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말 김포시 소유의 녹지에 허가 없이 20㎡ 규모의 보강토 옹벽을 설치하여 지형을 임의로 변경했다. 공공의 자산인 녹지에 사적인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도시의 생태적 안전성과 경관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으로 분류된다.
2023년 10월에는 50㎡ 면적의 조경석을 무단으로 설치하고 공원 시설물인 52m 길이의 메쉬형 펜스를 철거한 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피고인은 자신의 토지에 외부인이 무단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펜스가 목적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시청에 철거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자 자비로 철거했다는 것이 피고인 측의 설명이나 이는 법적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평상 설치가 국토계획법 시행령상 허가가 필요 없는 경미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항변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산지관리법과 국토계획법의 입법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산지관리법은 보호 대상을 산지로 특정하여 관리하므로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옹벽과 조경석 설치가 담당 공무원과의 협의를 거친 것이며 경관을 개선하려는 의도였다는 주장 역시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담당 공무원과 사전 협의를 마쳤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무자와의 구두 대화나 막연한 협의 가능성만으로는 법적 허가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미관 개선이라는 주관적 동기가 공소사실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설령 개인의 노력으로 환경이 보기 좋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절차를 무시한 결과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이는 공공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사법부의 일관된 원칙을 재확인한 결과다.
펜스 철거 행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의적인 법 집행 시도를 엄격하게 경고했다. 원심은 "펜스 설치 목적이나 시청의 철거 예정 여부는 피고인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공 시설물에 대한 처분권은 오직 관할 지자체에 있으며 개인의 민원 해결 여부가 철거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사유지 인근의 방치된 녹지를 개인이 비용을 들여 정비하는 행위에 대해 행정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형사 처벌보다는 계도 기간을 부여하거나 사후 승인 절차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은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논의될 여지가 있으나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법치주의 원칙에 밀려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공유지와 산지 보호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잣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재판부는 "산지관리법은 보호 대상을 산지로 특정하고 있어 국토계획법과는 입법 목적을 달리한다"고 명시하며 법리적 해석의 명확성을 더했다. 법치 행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김포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유지 무단 점유에 대한 단속과 관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림이나 공원 녹지를 사적 공간의 연장선으로 오인하여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토지 소유자들은 인접한 공공 용지를 이용할 때 반드시 관할 관청의 공식적인 허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개인의 미적 기준이나 편의성보다 공적 절차와 법적 의무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분석한다. 무단 설치된 시설물은 결국 벌금형과 더불어 원상복구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법적 무지가 처벌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는 법언이 다시 한번 사법 현장에서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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