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AI 서버 수익성 압박과 기업용 하드웨어 수요 둔화에 가로막힌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의 반등

정휘 기자
어제 미장 리뷰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HPE)의 이날 주가 하락은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의 외형 성장 이면에 숨겨진 낮은 수익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며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HPE는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유입되며 전일 대비 2.34% 밀린 27.95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HPE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탑재한 서버 공급을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수급 비용 상승과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실제 내실은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시장 전반에 흐르는 보수적인 투자 기조 역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하드웨어 교체 주기를 늦추고 있으며, 이는 HPE의 전통적인 서버 및 스토리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그린레이크(GreenLake)' 서비스의 구독 매출 증가세가 하드웨어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니퍼 네트웍스와의 합병 이후 발생하는 통합 비용과 시너지 창출의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네트워킹 부문의 강화를 위해 단행한 대규모 인수합병이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양사의 제품군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효율성 저하가 실적 가시성을 흐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HPE가 주니퍼의 AI 네트워킹 기술을 자사 포트폴리오에 완전히 녹여내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사인 델 테크놀로지스와의 점유율 경쟁 심화는 HPE의 시장 지배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델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AI 서버 시장의 파이를 선점하는 동안 HPE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고성능 컴퓨팅(HPC) 솔루션에 집중했으나, 일반 기업용 시장에서의 범용 AI 서버 수요 대응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HPE의 영업 마진을 추가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주가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모건스탠리의 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HPE는 AI 서버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나 하드웨어 제조 원가 상승을 고객사에게 온전히 전가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들의 IT 예산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통적인 장비 제조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착했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보수적인 반론도 제기된다. HPE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보안 네트워킹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다. 단기적인 실적 변동성보다는 연간 단위의 수주 잔고 흐름과 그린레이크 플랫폼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증가 추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향후 HPE의 주가는 AI 서버의 수익성 개선 여부와 주니퍼 네트웍스와의 시너지 가시화 시점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27달러 선은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만약 이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25달러 초반까지 추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률 수치가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하는지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 투자(CAPEX) 재개 여부가 변수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면 정체되었던 엔터프라이즈 서버 교체 수요가 폭발하며 HPE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고성장 섹터 내에서의 상대적 소외 현상과 하드웨어 업황의 불확실성이 주가의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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