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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원자재 쇼크에 부산 제조업 ‘휘청’... 기업심리 2개월 연속 하락세

윤근일 기자
중동발 원자재 쇼크에 부산 제조업 ‘휘청’... 기업심리 2개월 연속 하락세
©연합뉴스

 

부산 지역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압박으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며 93.6을 기록했다. 섬유와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채산성이 악화된 가운데 비제조업은 관광 특수로 반등하며 산업 간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6월 전망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 분쟁의 장기화가 부산 지역 제조업의 실물 경제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며 지역 기반 산업 전반에 경고등을 켰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5월 부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93.6으로 집계되어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0.4포인트 하락에 이어 두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린 것으로 대외 악재에 취약한 지역 제조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장기 평균치인 100을 하회하는 기록이 지속되면서 현장의 비관적 전망은 더욱 짙어지는 추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비용 부담은 부산의 핵심 업종인 섬유와 석유화학 분야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타격했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비가 상승했고 식료품 업종 역시 포장재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생산 비용 증가분을 최종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 속에서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가 상승 요인이 기업의 마진 구조를 잠식하며 설비 투자나 고용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의 부진과는 대조적으로 비제조업 분야는 연휴 특수와 정책 지원에 힘입어 가파른 반등세를 나타냈다. 5월 비제조업 CBSI는 102.3으로 전월보다 10.0포인트 급등하며 경기 판단의 기준선인 100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 초 연휴 기간 동안 부산을 찾은 대규모 관광객 유입과 정부의 고유가 지원금 지급이 서비스업 및 도소매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결과다. 내수 소비의 일시적 회복이 비제조업 분야의 숨통을 틔웠으나 제조업과의 심리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심리 위축이 지역 경제 전반의 고용과 투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불안정이 제조업체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비제조업의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내수 진작을 위한 정교한 정책 설계와 제조업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6월 제조업 전망치는 중동 긴장 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반영해 94.2로 전월 대비 2.0포인트 상승하며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부산 소재 620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최종적으로 467개 업체가 응답에 참여했다. 기업심리지수는 제조업 5개와 비제조업 4개의 주요 지표를 합산해 산출하며 2003년부터 2025년까지의 장기 평균인 100을 기준으로 경기 낙관 여부를 판단한다. 현재 부산의 제조업 지수가 9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 산업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임을 방증한다. 통계적 수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향후 경기 전망은 중동 긴장의 완화 여부와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 속도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비제조업의 6월 전망치 역시 96.1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3.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조사되어 지표상으로는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기저 효과와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어 근본적인 경기 회복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비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수요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표의 반등은 착시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비제조업의 강력한 반등이 제조업의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하며 지역 경제 전체의 급격한 침체를 막아내는 완충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정 산업의 부진이 전체 경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변화된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부산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이 대외 변수에 따라 맥을 못 추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결국 부산 지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 구조의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더불어 비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유가 지원금과 같은 단기 처방을 넘어 기업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6월의 미약한 전망 개선이 실제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와 내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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