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부터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인솔 교사의 법적 책임이 면제된다. 교육부는 사고 발생 즉시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까지 일괄 지원하며,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급당 1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는 최근 교사들의 책임 부담으로 인해 서울 7.7%, 대전 4.0% 등 극히 저조해진 체험학습 실시율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28일 학교 안팎의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교직원이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지 않았다면 민사 및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 범위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학여행뿐만 아니라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 실습 등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법적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배경에는 교사들의 과도한 책임 부담이 현장체험학습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지역별 초등학교 수련회 및 수학여행 실시율을 살펴보면 대전이 4.0%로 가장 낮았으며 서울 7.7%, 경기 9.7%, 인천 13.6% 등 주요 대도시권에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이러한 교육 기회 제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소풍과 수학여행이 중단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교육부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쳐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종합 지원책을 완성했다. 정부는 국회와 조속히 협의하여 올 하반기 중 법률 개정 작업에 돌입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개정된 법령을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청 또한 교육부의 법 개정 취지에 발맞추어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부터 고의나 중과실 여부를 엄격히 따지는 별도의 수사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판으로 이어지더라도 수사기관이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교사들에게는 강력한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무분별한 수사나 기소로 인해 교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로 평가받는다.
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도 기존보다 훨씬 촘촘하게 설계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교육청 전담팀이 즉각 수습에 나서며, 시점과 관계없이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실제 소송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교육청 차원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기존에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나 사후적으로 지원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사고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실질적인 보상 규모도 확대되어 교원의 심리적 안정과 경제적 보호를 뒷받침한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은 소송 진행 시 약 66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배상 책임 지원 한도는 기존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된 상태다. 교육부는 현재의 지원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액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배치 기준은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보조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인력을 우선 확보하고 온라인 연수 과정도 신설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확보된 약 5,000명의 보조인력을 학교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플랫폼 구축도 병행될 예정이다.
일선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교육지원청에 배치되는 전담 인력도 대폭 증원한다. 지난해 기준 30명에 불과했던 전담 인력은 내년까지 200명이 추가되어 교육지원청별로 최소 1명 이상의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은 교사가 직접 수행하던 계약 업무, 보조인력 배치, 사전 안전점검 등을 전담하여 지원함으로써 교사가 학생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안전 인프라 확충도 이번 방안의 주요 축을 담당한다. 제주와 경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봄과 가을철 체험학습 집중 기간에는 교통안전 합동 점검을 상설화한다. 또한 민간 전문업체가 숙식과 차량은 물론 프로그램 운영과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현장체험학습 패키지 상품'의 보급을 장려하여 학교 측의 관리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할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는 일부 교원단체가 요구해 온 '모든 사고에 대한 완전 면책'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정서와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하여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조건 없이 모든 책임을 면제할 경우 학부모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치주의 원칙과 교육 공동체 내부의 신뢰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안에서의 배움을 삶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활동"이라며 "교사와 학생 모두를 두텁게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여 학생들이 마음껏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위축된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이 다시 활성화되고, 공교육의 질적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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