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수학여행 안전사고 ‘교사 면책’ 법제화... 고의·중과실 없으면 형사 책임 안 묻는다

이겨례 기자
수학여행 안전사고 ‘교사 면책’ 법제화... 고의·중과실 없으면 형사 책임 안 묻는다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부터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인솔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교육부는 사고 발생 즉시 전담변호사를 투입해 법률 대응 전 과정을 지원하고, 보조 인력을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는 등 위축된 학교 밖 교육 활동 정상화에 나선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대폭 감면하는 내용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수학여행과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 실습 등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활동을 포괄한다. 핵심은 교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적 보호막을 제공하여 교육 현장의 위축을 막는 데 있다.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은 개정 과정을 거쳐 교직원의 면책 범위를 구체화한다. 학교장과 교직원, 보조인력은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고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기존 법령이 안전조치 의무를 완벽히 이행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면책을 인정한 것과 비교하면 교사의 방어권이 대폭 강화된 셈이다.

정부가 이번 방안을 서둘러 마련한 배경에는 책임 부담으로 인해 급감한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 실시율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지역별 초등학교 수학여행 실시율을 보면 대전은 4.0%에 그쳤으며 서울 7.7%, 경기 9.7% 등 대도시권 전반이 10%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교사가 모든 법적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공포가 공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소풍과 수학여행이 중단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를 거쳐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도출했다. 경찰청 역시 법 개정 취지에 발맞춰 범죄 성립이 어려운 사고에 대해서는 수사를 신속히 종결하는 별도의 수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도 획기적으로 개편한다. 기존에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나 사후 지원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사고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투입되어 수습을 돕는다. 사고 시점부터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은 물론 소송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실질적인 보상 규모도 현실화하여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소송 진행 시 지원되는 660만 원의 비용과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 수준인 배상 책임 지원금을 추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및 기소 단계부터 면책 조항의 취지가 반영되어 실제 기소 건수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보조인력 배치 기준은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대폭 강화한다.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을 위한 온라인 연수 과정도 신설한다. 전국 약 5,000명 규모의 보조인력을 학교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선생님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면책 조항이 명확히 포함되었기에 내년 교육과정부터는 체험학습 활성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원단체가 요구한 완전 면책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수용성과 입법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선의 안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무분별한 면책이 초래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피해 학생의 권익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과거 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는 이번 법 개정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현장체험학습 중 버스에 치여 학생이 사망한 사건으로 담임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2심에서 금고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교육계는 이러한 판결이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해 왔다.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담 인력 배치도 병행한다. 전국 교육지원청에 배치된 전담 인력을 현재 30명에서 내년 200명 이상으로 늘려 계약 및 안전점검 업무를 지원한다. 민간업체가 숙식과 차량은 물론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패키지 상품을 확대하여 학교가 안심하고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향후 교육부는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여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제주와 경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교통안전 합동 점검도 강화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책이 현장에 안착할 경우 안전과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잡는 새로운 현장학습 모델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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