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브로드컴, AI 수요 둔화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에 4%대 급락

윤근일 기자
어제 미장 리뷰

브로드컴 (AVGO)은 현지시간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4.39% 하락한 39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속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가에 대한 기술적 조정과 더불어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은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보였다.

 

맞춤형 AI 칩(ASIC) 시장의 선두 주자인 브로드컴의 성장 동력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칩 설계 수요가 여전히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유연성 확보에 따른 주문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반도체 업황 전반을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네트워크 스위칭 및 라우팅 칩 분야에서의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단기적인 실적 가시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고도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이더넷 솔루션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하드웨어 확충보다는 기존 자원의 효율화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는 시장의 비관적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소프트웨어 부문의 핵심인 VM웨어 통합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수익성 개선 속도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매우 높다. 인수 합병 이후 발생한 비용 구조 재편 과정에서 단기적인 영업이익률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경쟁 심화가 브로드컴의 소프트웨어 매출 성장세를 둔화시킬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 유지 가능성과 국채 금리 상승은 성장주인 브로드컴의 밸류에이션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위험 수익률이 상승함에 따라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주가 수준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특히 기술주 섹터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매도세의 명분이 되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하락을 단순한 조정이 아닌 펀더멘털의 변화로 해석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실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기대감 위주의 주가 상승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 통과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에서는 멀티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향후 주가 흐름은 다음 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될 가이던스와 AI 관련 수주 잔고의 구체적인 수치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기술적으로는 380달러 선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 지점이 무너질 경우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반면 반도체 섹터의 반등과 함께 420달러 선의 저항을 돌파하느냐가 추세 전환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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