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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총감독'의 배신... 1억대 사기 미술평론가 1심서 징역 10개월 실형

이겨례 기자
'비엔날레 총감독'의 배신... 1억대 사기 미술평론가 1심서 징역 10개월 실형
©연합뉴스

 

국제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유명 미술평론가가 작가를 상대로 1억 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은 해외 전시 출품과 투자를 미끼로 1억 2,600만 원을 가로챈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며 전문 지식을 악용한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이번 판결은 예술계의 공적 신뢰를 사적으로 이용한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시장 질서 확립 차원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공우진 판사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미술평론가 A(56)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과거 국제비엔날레 총감독과 정부 산하 기관 이사직을 역임하며 쌓은 대외적 명망을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동료 예술인을 기망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이 1억 원을 상회하고 범행 수법이 치밀하다는 점을 유죄의 근거로 적시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7월 작가 B씨에게 접근하여 해외 전시 출품을 보장하겠다며 보증금과 투자금을 요구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자신이 공동기획자로 참여하는 해외 전시에 B씨의 작품을 걸어주겠다고 속이는 한편, 미술품 공동구매와 재판매를 통한 고수익 보장을 약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해당 전시를 기획할 능력이나 지위가 전혀 없었으며 미술품 재판매 이력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과정에서 A씨는 미술품 재판매 실적과 전시 계약서 등 공신력을 담보하는 서류들을 허위로 작성하여 피해자의 의구심을 원천 차단했다. 그는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하며 피해자를 안심시켰고 이를 통해 총 1억 2,600만 원의 금원을 편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검찰은 그가 전문적인 지식과 사회적 지위를 범죄에 동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자 메시지 등 증거의 효력이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공 판사는 "피해자 진술과 그에 부합하는 문자 메시지 등을 종합해 A씨가 피해자에게 거짓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은 전부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변명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며 범행의 고의성이 명확하게 확인된다고 보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900만 원을 변제하고 변론 종결 후 4,000만 원을 추가로 공탁하며 형량 경감을 위한 사후 조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법정에서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피해자는 "실질적인 피해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4,000만 원의 공탁은 피해 회복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피고인 A씨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각예술 행사로 열린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 예술 총감독을 맡았던 미술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정부 기관 이사를 지내는 등 공적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미술계 내에서 상당한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사회적 지위는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여 피해 규모를 키운 핵심 요인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일부 금액을 변제하고 공탁을 통해 피해 회복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법정 구속을 면한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고인 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행정적 착오와 경영상의 일시적 어려움이 범죄로 오인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으나 법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편취의 고의성을 부정하기 어렵고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미술계 내부에 잔존하는 불투명한 거래 관행과 권위주의적 구조에 대해 사법적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예술계 내에서는 공적 직위를 가진 인사들의 도덕성 검증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전시 기획 단계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법조계와 미술계는 피해자의 항소 여부와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 양형 기준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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