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폭등으로 4월 항공운송업 생산이 전월 대비 13.5% 감소하며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인 33단계까지 치솟으면서 여객 수요가 급감했고, 석유정제 생산 역시 약 38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며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는 항공을 넘어 차량 연료 소비와 정제업 출하까지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운송업과 석유정제업 생산 지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중 항공운송업 생산지수는 468.5로 전월보다 13.5% 하락하며 2021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는 유가 상승이 운송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여객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항공운송업 내에서도 여객운송업의 타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생산지수가 14.0%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당 수치는 2021년 12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로, 화물운송업이 3.4% 상승하며 선방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유류할증료의 급격한 인상이 여행 수요를 억제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며 항공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의 상승에 따라 총 33단계 중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뛰어올랐다.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은 1갤런당 511.21센트를 기록하며 갤런당 470센트 이상인 최고 등급 기준을 상회했다. 이에 따라 주요 항공사들은 노선별로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올리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
대한항공의 경우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최소 4만 2천 원에서 최대 30만 3천 원 사이로 적용하며 3월 대비 대폭 인상했다. 특히 인천발 뉴욕, 시카고 등 장거리 노선에 붙는 할증료는 3월 9만 9천 원에서 4월 30만 3천 원으로 약 3.1배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3월 최대 7만 8천600원이었던 할증료를 4월에는 최대 25만 1천900원까지 높여 받으며 여객 감소를 유도했다.
석유정제업 생산 지수는 전월보다 19.4% 하락하며 1988년 5월 이후 37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시설의 정비와 보수 작업이 겹치면서 생산 차질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를 가진 국내 경제 환경에서 정제업의 생산 위축은 실물 경제 전반의 동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휘발유 생산량은 204만 1천669㎘로 전월 대비 22.4% 감소하며 28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경유 생산량 또한 366만 8천417㎘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8.8% 감소해 1998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생산량의 급감은 자연스럽게 제품 출하량의 17.9% 감소로 이어졌으며, 이는 1998년 1월 이후 최대 감소치로 기록됐다.
석유 제품의 내수와 수출 지표도 동반 하락하며 대외 경제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수 출하는 11.4% 감소하며 2007년 8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수출 출하 역시 25.1% 급감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나프타 수출 제한 고시 시행이 수출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며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상품 소비 부문에서도 고유가의 영향은 차량연료 소매판매액지수 8.3%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1월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든 수치로, 고유가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석유정제 제품 재고 또한 전월 대비 5.9% 감소하며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안 마련 소식에 따라 중동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안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시설 파괴 여파가 상존하여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제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민생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 구석구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실물 경제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향후 항공운송업과 석유산업의 회복 여부는 중동 정세의 안정과 유류할증료의 단계적 하향 조정 여부에 달려 있다. 유류할증료가 5월에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항공운송 생산지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급망 훼손과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소비 심리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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