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성희롱·갑질 논란 류철호 태백시체육회장 재징계 결국 무산... '이중 징계 금지' 방패 삼은 솜방망이 처분

이겨례 기자
성희롱·갑질 논란 류철호 태백시체육회장 재징계 결국 무산... '이중 징계 금지' 방패 삼은 솜방망이 처분
©연합뉴스

 

태백시체육회가 성희롱과 폭언 등 10여 건의 비위 행위로 물의를 빚은 류철호 회장에 대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재징계 요구를 최종 각하했다. 체육회 측은 이미 내린 경징계 처분을 번복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으나, 이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이자 법치와 윤리를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사태는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지역 체육 단체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태백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소집하여 류 회장에 대한 재징계안을 심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기존의 '견책' 처분이 비위의 경중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고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는 이유로 대한체육회를 통해 재징계를 요청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하지만 체육회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결과를 강원도체육회와 피해 직원들에게 통보하며 기존의 경징계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류 회장의 비위 사실은 공직 유관 단체장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저속함과 권위주의적 행태를 포함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류 회장은 지난 2024년 7월 외부 관계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또한 2022년 전국체전 기간 중에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부동산 답사를 위해 직원을 원주까지 왕복 6시간 동안 운전하게 하는 등 부당한 사적 지시를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비위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녀 결혼식 답례품 배포 강요, 사진 촬영 강제, 공개 장소에서의 욕설 및 폭언 등 1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등 조직적인 은폐 시도와 2차 가해 정황까지 드러나며 사안의 심각성을 더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이러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이미 시 체육회에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린 상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류 회장의 행위가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재징계를 요구해 왔다. 센터 측은 류 회장이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직원을 괴롭혔으며, 성희롱 발언의 수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에 그친 것은 징계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징계 과정에서 2차 가해에 대한 심의가 누락된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외부의 엄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태백시체육회는 이중 징계 금지의 원칙이라는 법리적 방어막을 구축했다. 체육회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미 징계가 확정된 이상 다시 처벌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징계의 실효성보다는 절차적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결과적으로 비위 혐의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체육계 내외에서는 이번 결정이 지역 체육 단체의 폐쇄적인 구조와 인맥 중심의 카르텔이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례 역시 솜방망이 징계이자 전형적인 셀프 징계에 해당한다"며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암암리에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 기관 차원의 진정성 있는 개선책 마련과 실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각하 결정에 대해 통보일로부터 7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나, 지역 사회 내에서의 권력 관계를 고려할 때 실효성 있는 구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역 체육계 전반의 윤리 의식 부재와 징계 시스템의 무력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향후 상급 기관의 행정 지도나 추가적인 사법적 판단을 통해 무너진 조직 질서와 법치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체육 단체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징계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의 참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류 회장 사례와 같은 비위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징계 양형 기준을 엄격히 법제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하급 단체에 대해서는 예산 삭감 등 실질적인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계승해야 할 단체가 불공정의 온상이 되는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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