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정당방위 한계 넘었다" 화장실 불법촬영범 17회 폭행한 피해 여성 벌금형

이겨례 기자
©연합뉴스

 

자신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성범죄 가해자를 현장에서 제압하며 수차례 폭행한 40대 여성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도주를 저지하는 수준을 넘어 얼굴 부위를 15회 이상 반복 가격한 행위는 법이 허용하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범죄 피해 상황에서의 사적 제재가 법치주의 질서 아래서 엄격히 제한됨을 재확인한 사례로 풀이된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석동우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을 무단 촬영한 남성을 붙잡는 과정에서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피해 사실이 명확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행위는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건은 2024년 12월 8일 오전 5시 40분경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빌딩 1층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20대 남성 B씨는 옆 칸에서 소변을 보던 A씨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격분한 A씨는 B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통로를 차단하고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조사 결과 가해자 B씨는 이미 동종 범죄로 인해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던 상습범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23년 1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러한 정황은 사건의 발단이 전적으로 B씨의 중대한 범죄 행위에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인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인 B씨가 합의가 절실한 상황에서 폭행 피해를 허위로 꾸며낼 이유가 없다는 점이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A씨의 대응이 정당방위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A씨가 도주를 막기 위해 출입구를 다리로 차단한 행위까지는 정당한 방어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후 발생한 얼굴 부위에 대한 15회에서 17회에 걸친 집중적인 폭행은 방어의 수준을 넘어선 가해라고 규정했다.

석동우 판사는 "B씨가 촬영 사실을 사과하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제지당하는 상황에서 얼굴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점은 제반 사정상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범죄 현장에서의 자구 행위라 할지라도 위해의 정도와 방어 행위 사이에 균형이 깨질 경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법원은 감정적 대응이 법적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사적 제재에 대한 사법부의 보수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현행법상 현행범 체포 시 허용되는 물리력은 상대방을 제압하고 신병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범죄가 아무리 저열하더라도 법치 국가에서 사적인 폭력 행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리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규정하지만, 그 정도가 초과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A씨의 경우 불법 촬영이라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였으나, 물리적 대응 과정에서 가해자로 신분이 전환되는 법적 모순에 직면했다. 이는 범죄 피해자가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의 한계선이 어디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높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방어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 질서 유지와 피해자의 법익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사법부는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과 비례의 원칙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시민들은 범죄 현장에서의 대응 시 감정적 폭력보다는 신속한 신고와 증거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도 물리력 행사의 적정성 여부는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앞으로도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과도한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사법 시스템을 통한 해결이 아닌 사적 보복은 결국 또 다른 법적 책임을 불러온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각인됐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당방위#한계#넘었다"#화장실#불법촬영범
"정당방위 한계 넘었다" 화장실 불법촬영범 17회 폭행한 피해 여성 벌금형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