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세종대학교 내 교회에서 복직 투쟁을 벌이며 예배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관계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종교 의식의 평온한 수행이 노동조합의 집단적 행위보다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며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에게 벌금 250만 원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권리가 충돌할 때 법적 한계를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추진석 부장판사는 예배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종교적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소란을 피워 교인들의 평온을 해쳤다는 점을 양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고 지부장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교내에 위치한 애지헌 교회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는 문구가 적힌 노동조합 조끼를 착용한 채 교회 내부와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예배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행위는 종교 시설 내에서의 정숙을 요구하는 사회적 통념과 법적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 형법 제158조는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종교적 행사의 신성함과 참석자들의 심리적 평온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당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여 노동권 주장이라는 목적이 수단의 위법성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 과정에서 고 지부장 측은 본인이 교인으로서 예배에 참석하려 했으나 문 앞에서 저지당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시의 소란이 예배 환경에 미친 실질적인 악영향에 주목했다. 교회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미필적으로라도 방해의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추진석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교회 구조상 방음이 잘되지 않는데도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교인들이 상당한 불안과 불편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예배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줬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하며 유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현장의 물리적 조건과 피해자들이 느낀 주관적 고통을 객관적인 증거로 채택한 결과다.
사건의 배경이 된 고 지부장의 해고는 지난 2021년 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호텔 측은 당시 극심한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부당해고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고 지부장은 이후 장기간 복직 투쟁을 이어오며 세종대학교와 호텔 인근에서 다양한 방식의 시위를 전개해 왔다.
하지만 고 지부장의 투쟁 방식은 최근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며 잇따른 사법 처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지난 4월 해임 교사 동조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이미 구속기소 된 상태다. 이번 예배 방해 건에 대한 벌금형 선고는 그의 전반적인 투쟁 방식이 법치주의 질서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마찰에 대해 사법부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노동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만큼 투쟁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권리 행사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점에 도달할 경우 법적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판결은 집단적 이익 관철을 위한 행위라도 타인의 평온한 삶과 종교적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 특히 교육 및 종교 시설 내에서의 시위는 일반적인 공공장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숙성과 예의가 요구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향후 노사 갈등 현장에서의 시위 문화가 더욱 절제되고 법의 테두리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고 지부장에 대한 다른 재판 결과들이 연이어 나올 예정인 가운데 이번 판결이 향후 노동계의 투쟁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리한 방식의 시위는 대중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적 처벌로 이어져 결국 투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사법부는 향후에도 법치 질서를 흔드는 행위에 대해 일관된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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