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의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이른바 '빚투'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신용 잔고 순증액 상위 50위권에 6개의 ETF 종목이 진입했으며, 특정 상품의 경우 전체 잔고의 70% 이상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집중되는 등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레버리지 투자가 개별 종목을 넘어 간접 투자 상품인 ETF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식시장 전반의 거래 활성화가 개별 종목을 넘어 ETF 시장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코스콤 CHECK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합계는 7조 7,852억 원에 달하며 시장 전체의 신용 규모를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종목의 강세는 해당 종목을 편입한 ETF에 대한 낙관론으로 전이되어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ETF를 매수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신용 잔고는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시장의 과열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반도체 핵심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은 ETF 상품들이 신용 잔고 증가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한 달간 신용 잔고가 145억 원 증가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1일 기준 이 상품의 총 신용 잔고는 206억 원으로, 전체 잔고 중 약 70.6%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상환보다는 추가적인 차입 매수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정 거래일에는 상환액을 압도하는 신규 차입이 발생하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28일 해당 ETF의 신규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81억 원을 기록하여, 같은 날 상환된 금액인 37억 원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신용 잔고 자체의 절대 규모는 개별 대형주에 비해 크지 않으나, 순증액 기준으로는 상위 29위를 기록할 만큼 그 증가 속도가 이례적이다. 자본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 레버리지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나, 단기간의 급격한 유입은 시장의 기초 체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ETF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변동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각각 24.76%와 24.40%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기의 비중도 34.53%에 달한다. 기초 자산의 가격 변동이 ETF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에서 과도한 신용 매수는 하락장 발생 시 강제 청산 물량을 쏟아내며 하락폭을 키우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분산 투자의 장점인 리스크 분산 효과가 레버리지 활용으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테마 외에도 지수를 추종하거나 특정 유망 산업을 겨냥한 상품들 역시 빚투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HANARO Fn K-반도체'의 신용 잔고는 한 달 새 75억 원 늘어난 128억 원을 기록했으며, 'TIGER 200IT' 또한 63억 원 증가한 88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 상품인 'KODEX 200'의 신용 잔고는 73억 원 증가한 382억 원에 이르며 시장 전반의 레버리지 활용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본래의 장기 투자 목적보다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바이오와 전력설비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차입 투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최근 한 달간 56억 원의 순증액을 기록하며 총 잔고 127억 원을 달성했고, 'HANARO 전력설비투자' 역시 53억 원이 늘어나 순증액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자금 흐름은 특정 섹터로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자산 가격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공급하는 착시 현상과 실제 가치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차입 투자 행태에 대해 감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금융회사가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나 일부 핀플루언서 등에 의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당국은 특히 조정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대매매가 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시장 감독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신용 잔고 수준이 시장에 주입하는 심리적 압박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랠리 과정에서 신용 잔고에 따른 과열 위험이 제기되는 실정이다"라며 "신용 잔고의 절대 금액 증가는 표면상 투자 과열에 대한 불안감을 주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의 펀더멘털과 별개로 수급 측면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며,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다만 현재의 신용 잔고 증가를 단순한 거품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시장의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빚투와 증시 대기자금이 동시에 커지며 과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시가총액 규모 자체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수급을 전적인 레버리지 의존으로 해석하기보다 시장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자금 유입의 일면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전체 시장 규모 대비 신용 잔고의 비중을 고려할 때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향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신용 잔고가 높은 종목과 ETF를 중심으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상승기에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하락기에는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와 전문가들의 경고는 시장의 과열을 식히는 자정 작용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시장 질서 유지와 개인 자산 보호를 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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