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8년만에 밝혀진 박새 언어 비밀…인간 중심 사고에 경종 울리다

고진아 기자

평범하게 들리던 박새의 지저귐 속에 인간 언어에 버금가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일본의 한 생물학자가 18년 넘는 끈질긴 연구 끝에 박새들이 특정한 문법 규칙에 맞춰 문장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통념에 커다란 균열을 내고 있다.

일본 생물학자 스즈키 도시타카는 「박새들이 왜 이렇게 다양한 소리를 낼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출발, 18년 넘게 숲에서 관찰과 갖가지 실험을 반복한 끝에 이 같은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일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새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밝혀낸 바에 따르면, 박새들은 서로를 부르거나 포식자 출현을 경고할 때 각기 다른 단어를 사용하며, 이를 특정 문법 규칙에 맞춰 문장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울음소리를 넘어선, 고도의 의미 체계를 가진 '새 언어'의 존재를 입증한 것이다.

스즈키 도시타카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2025년)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동물행동연구협회 국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리처드 도킨스 박사 등 세계적 연구자들이 받았던 권위 있는 상으로, 그의 연구가 동물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음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그의 저서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오팬하우스, 328쪽, 김소연 역)는 이러한 '새 언어' 탐구 과정을 기록하며 학계는 물론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스즈키 박사는 「인간에게는 인간의 언어가 있듯 새에게는 새들의 언어가 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 언어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18년만에 밝혀진 박새 언어 비밀…인간 중심 사고에 경종 울리다
[사진=연합뉴스]

스즈키 도시타카의 새 언어 연구는 단순히 동물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재고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연을 올바르게 보는 눈을 잃었지만 새들은 다른 동물의 언어까지 제대로 이해하며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는 동물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의 개척을 넘어, 우리에게 자연과 동물의 소통 방식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언어를 아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자연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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