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공정 미세화 한계와 밸류에이션 부담에 발목 잡힌 반도체 검사 장비의 제왕

윤근일 기자
어제 미장 리뷰

KLA(KLAC) 주가는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일 대비 4.79% 밀려난 1808.97달러에 마감하며 반도체 장비 업종 전반의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날 하락은 단순한 지수 연동을 넘어 그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반도체 섹터 내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검사 및 계측 장비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

 

반도체 수율 관리 장비 시장 점유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KLA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웨이퍼 결함 검사 기술력은 나노 공정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으며 파운드리 업체들의 필수 설비로 꼽힌다.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의 도입 확대와 3차원 적층 구조의 반도체 생산 증가는 장기적으로 KLA의 장비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시장은 KLA가 보유한 전공정 제어 솔루션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의 수율 최적화에 기여하는 비중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수율 확보를 위해 계측 장비 도입을 늘리면서 KLA의 매출 구조는 더욱 다변화되는 추세다. 다만 거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설비 투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KLA의 기술적 해자가 깊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주가 수준이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당부한다. 모건스탠리의 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KLA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됨에 따라 기술주 전반의 멀티플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의 개별 호재보다 거시 경제적 하방 압력이 당분간 주가 흐름을 지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KLA의 현재 주가는 성장 가능성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장비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포착될 경우 가장 먼저 밸류에이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계획 변동 가능성은 KLA의 실적 가시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주가는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의 설비 투자 집행 속도와 인플레이션 지표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적으로는 1750달러 선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반면 1900달러 선의 저항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실적 가이드라인 제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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