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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3.5%로 또 동결…환율·가계대출 불안 고려

한국은행이 11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에 가까워졌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등이 불안하고 미국도 아직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은 만큼 물가·금융·성장·해외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시장의 커진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 금통위가 이날 12연속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환율과 가계대출, 부동산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천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26조5천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천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금리 인하에 여전히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힘을 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국내 물가 지표는 최근 나쁘지 않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4%)은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떨어졌다.

아직 한은의 목표(2%)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앞서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고려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제공]

앞서 5월 2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동결을 결정했더라도, 의결문이나 이 총재의 기자 간담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긍정적 평가, 금리 인하 검토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부터 소수의견으로서 일부 금통위원의 금리 인하 주장이 제기됐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인하 시점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준이 일러야 9월 이후 한 두차례, 한은은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