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산업 보조금과 강제노동 문제를 겨냥한 새로운 관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글로벌 무역 환경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미국의 핵심 교역 파트너가 조사 대상에 거론되면서 향후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무역법 301조 근거…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명분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름녀 이번 조사는 1974년 무역법(Trade Act) 301조를 근거로 추진된다.
해당 조항은 미국 기업이나 상업 활동에 대해 차별적인 정책을 시행하거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보이는 국가에 대해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통상 압박 수단이다.
조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며, 관세 부과에 앞서 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공청회와 의견 제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는 일방적인 관세 조치가 아니라 일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 대법원 판결 이후 ‘대체 관세 전략’ 성격
이번 301조 관세 조사는 최근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세 조치를 불법으로 판단한 이후 등장한 대체 관세 전략이라는 성격도 지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전 세계 상품에 대해 10%의 임시 관세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이 2기 행정부의 일부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보다 법적 근거가 확실한 301조 조사 방식으로 관세 정책을 재정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새로운 관세율 수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관세 규모를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경제팀은 대법원 판결 이전 수준의 관세 수입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업 과잉 생산 국가 겨냥…한국·중국 등 포함 가능
11일 시작된 첫 번째 조사 대상은 수출 중심 국가들의 산업 과잉 생산(overcapacity) 문제다.
미국 정부는 일부 국가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 저가 제품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중국, 인도, 멕시코, 일본, 한국, 베트남, 그리고 유럽연합(EU) 27개국이 거론되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주요 교역국들이 국내외 수요와 무관하게 생산 능력을 확대해 왔다”며 이러한 구조가 시장 원리에 기반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강제노동 규제 미흡 국가에도 관세 압박
이번 주 후반에는 강제노동 대응 문제를 조사하는 두 번째 301조 조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이 조사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판매나 수입을 금지하지 않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들이 국제 노동 기준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어 대표에 따르면 이번 조사의 대상 국가는 약 60개국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무역 정책과 인권 문제를 결합해 글로벌 공급망의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조사 기간 단축…7월 관세 공백 최소화 목표
일반적으로 301조 조사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장기 절차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사를 7월 중순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임시 관세가 같은 시기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4월 중순까지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5월 초에는 공개 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 EU·디지털 무역 등 추가 조사 가능성
미국 정부는 향후 몇 주 안에 추가적인 무역 조사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조사는 특정 국가나 경제권을 직접 겨냥할 수 있으며, 유럽연합이 대표적인 대상 중 하나로 거론된다.
또한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디지털 무역 정책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최근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빅테크 규제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 기존 무역협정 국가도 관세 대상 포함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정 체결에 나섰지만, 이번 301조 조사에서 제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어 대표는 해당 국가들이 이미 미국이 일정 수준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 협정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관세 조치가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 대선 앞두고 정치적 논쟁 확산 가능성
이번 관세 정책은 정치적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은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301조 관세는 특정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며 “대법원이 불법으로 판단한 관세 정책을 대신해 미국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광범위한 관세 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촉발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관세 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제조업 전략과 기업들의 생산 기지 배치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관세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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