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산업 전반의 양극화 심화 또한 중대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난관을 돌파하고 새로운 대도약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피지컬 AI와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 기술은 제조업 혁신을 넘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고용 구조를 재편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피지컬 AI, 현실을 움직이는 지능의 시대
피지컬 AI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며 로봇 팔이나 바퀴와 같은 구동 장치(액추에이터)를 통해 현실 세계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총칭한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텍스트나 이미지를 다루는 디지털 공간의 기술이라면,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고 반응하는 AI를 의미한다. 이는 AI가 단순히 데이터 분석이나 예측에 그치지 않고, 로봇 팔을 움직이고, 드론을 조종하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등 물리적인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피지컬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 AI 알고리즘, 액추에이터 및 로봇 기술, 제어 시스템, 데이터 통신 및 사물 인터넷(IoT) 인프라 등 다양한 핵심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의 3차원(D) 공간에서 벌어지는 움직임과 물리 법칙을 학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업들은 디지털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과 똑같이 동작하는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하고 로봇의 행동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AI는 이 가상 공간에서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현실에서 최적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응용 분야로는 호텔이나 공항에서 손님을 안내하거나 공장에서 물건을 운반하고 노인을 돌보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봇, 환부를 바늘로 꿰매는 세밀한 동작을 학습하는 수술 로봇 등이 있다. 자율주행차 역시 차량 주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이며,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로봇이 공장 내부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작업 순서나 속도를 조절하는 '생각하는 생산 라인'이 구현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5년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제는 피지컬 AI 시대"라고 선언했으며, 피지컬 AI가 50조 달러(약 7경 2,000조 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이러한 피지컬 AI 시대에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 저성장 고리 끊고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회
한국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2010년까지 3%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생산 연령 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으로 현재 1%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은 0.7%포인트에 그쳐,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2.1%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등 직접 투입 요소 외에 경영 혁신, 기술 개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나타내는데, 이는 노동력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의 생산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러한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 경제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사회·기술 등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경우 한국의 경제 생산성은 최대 3.2%, 국내총생산(GDP)은 12.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피지컬 AI는 투입 대비 산출을 높여주는 만큼, 인구 감소 및 생산성 저하라는 경제 부침의 핵심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정부는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구체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제조업 현장에 AI 도입률을 4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담았다. 또한, 공공 부문에서는 복지·고용, 납세 관리, 신약 심사 등 3대 분야를 시작으로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AI 교육을 강화하는 'AI 한글화'도 추진하여 모든 국민이 AI를 한글처럼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예산에서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분야에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1조 1천억 원을 편성했으며, 차세대 AI로 각광받는 피지컬 AI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1,600억 원 이상 확대한 3,756억 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3조 원 이상을 투자하여 로봇 기반 신사업을 촉진하고 산업·사회적 기여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피지컬 AI의 핵심인 로봇 부품의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3년을 피지컬 AI 패권을 좌우할 '골든타임'으로 정의하며, 독자적인 피지컬 AI 기술을 결합한 첨단 자율 공장을 구현하고 이를 자동차·정밀 제조·조선 등 3대 핵심 산업에 적용하여 전 세계로 수출해 나갈 계획이다.
▲ 산업 양극화 극복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산업과 내수 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심화되어 왔다. 특히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쇠퇴와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으로의 전환은 소수의 고급 인력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을 야기하고, 소득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봇 자동화는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평균 2.5% 상승시킨 반면,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최대 5% 가까이 하락시키는 등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피지컬 AI와 로봇은 이러한 산업 양극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유연성 확보다. 제조용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오차 없이 수행하는 기계였으나, 피지컬 AI는 상황이 바뀌어도 추론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어 지금까지 인간이 작업했던 영역을 로봇이 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완전 공장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여 제품의 제조 원가를 상당히 많이 낮출 수 있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 맞춤형 제조와 같은 현대 제조업의 트렌드에 완벽하게 부합하여 생산 라인을 빠르게 재구성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이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10억 대 보급될 경우, 이를 유지·보수하는 산업이 지구 최대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피지컬 AI와 로봇 기술이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로봇 개발, 유지보수, 시스템 통합,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재난 구조용 4족 보행 로봇, 물류 작업용 이동식 양팔 로봇 등 휴머노이드 15대 프로젝트와 같은 구체적인 선도 분야를 육성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셋째, 인간-로봇 협업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근로자 1만 명당 제조용 로봇 운용 대수가 1,012대로 세계 평균(162대)의 6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하며 세계 1위의 로봇 밀도를 자랑한다. 이는 한국이 로봇 노동력을 가장 빠르게 수용하고 있는 사회임을 보여주며, 로봇과의 협업에 대한 경험과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다. 피지컬 AI의 성공적인 도입은 단순히 로봇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로봇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으며, 이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조직, 공간, 프로세스의 총체적 재설계를 의미한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고, 인간은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전체적인 생산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K-표준' 선점을 통한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다. 정부는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분야, 특히 피지컬 AI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K-표준'으로 선점하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1,900건 이상의 국제표준을 개발하여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K-표준 5개년 플랜(2026~2030)'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 한국경제 대도약을 위한 제언
피지컬 AI와 로봇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산업 양극화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고 새로운 대도약을 이끌 강력한 동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넘어선 전방위적인 전략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첫째, 정부는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 표준, 인증, 교육을 중심으로 한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피지컬 AI 생태계의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특히 2026년 3월 31일 확정된 '제6차 국가표준기본계획(2026~2030)'에 따라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분야의 국제표준 개발에 집중하고, 연구개발(R&D) 성과가 국제표준으로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인력 양성 및 재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AI 한글화'와 같은 전 국민 대상 맞춤형 AI 교육을 강화하고,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를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로봇 도입으로 인한 노동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숙련 인력 양성과 함께, 로봇 유지보수 및 관리 등 새로운 직무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규모화된 앵커 기업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의 피지컬 AI 및 로봇 기술 개발 및 도입을 지원하여 산업 전반의 균형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및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국내 기업의 로봇 부품 공급 사례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넷째, 피지컬 AI 및 로봇 확산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무한히 끌어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디지털세, 로봇세 도입 등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재편된 경제에 올라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전략과 장기적으로 탈노동 사회를 감당할 분배 시스템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지컬 AI 분야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협력과 표준 선점을 통해 세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의 막대한 자본과 정부 지원 속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를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피지컬 AI와 로봇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도약을 이끌어낼 강력한 열쇠다. 지금이야말로 속도보다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미래를 위한 전략적 실행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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