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주택 시장의 변화 속에서, 고령층이 '살던 집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겠다'는 꿈이 주거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재가 통합 돌봄' 서비스가 노년층의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치솟는 월세는 이 제도의 안착과 효과를 위협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월세민국' 가속화, 고령층 주거 불안 심화
대한민국 주택 임대차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68.3%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2년 47.1%에서 2025년 61.4%로 꾸준히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서울의 월세 비중은 70.3%에 달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15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상승했다.
이러한 월세화 가속화의 배경에는 전세 사기 위험 증가, 대출 규제 강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공급 물량 감소, 그리고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대학원 교수는 "보유세가 올라가면 집주인들은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월세 전환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의 2025년 12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 모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러한 월세 가속화가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청년층 및 고령층의 월세 주거비 부담(RIR,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각각 34.2%, 37.7%를 기록하여 다른 연령대의 20% 내외 수준에 비해 매우 높았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고령 임차 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부담률은 25.4%로, 다른 특성 가구에 비해 7.7~9.6%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많은 노인이 '내 집에서 늙겠다(Aging in Place)'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관리비 등 고정적인 주거비 지출은 노후의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소득이 적은 고령층에게 월세 부담은 경제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재가 통합 돌봄'의 빛: 살던 집에서 누리는 노후의 가능성
이러한 주거 불안 속에서, 정부는 노인들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익숙한 집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이 서비스는 노쇠, 질병,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돌봄 필요도'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이 결정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합 돌봄은 방문 진료, 방문 간호, 재활, 가사 지원, 영양 도시락 제공, 치매 및 만성 질환 관리, 정신 건강 관리, 퇴원 환자 지원 등 4개 분야 30종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제공한다. 기존에는 기관마다 흩어져 있던 복지 서비스를 보호자가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한 번만 신청하면 맞춤형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은 2019년 4,821곳에서 2024년 말 1만8,745곳으로 5년 사이 약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건복지부는 통합 돌봄 시범 사업을 통해 요양병원 재입원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2030년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9,400억 원을 투입하여 이 제도를 안착시킬 방침이다.
▲ 주거비 부담이라는 그림자: 통합 돌봄의 지속 가능성 위협
재가 통합 돌봄이 '살던 집에서 노후'의 꿈을 실현할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치솟는 주거비 부담과 제도 자체의 한계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그림자로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 부족이다. 2026년 통합 돌봄 예산으로 914억 원이 배정되었으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지자체가 실제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62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시·군·구당 평균 2억7천만 원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최소 1조1천억 원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재원 부족으로 기존 사업 위주로 운영되고 새로운 서비스 추진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비해 전문 인력 확보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다. 방문 진료, 방문 간호, 요양보호사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프라 격차가 심각하여 지역별 서비스 품질의 양극화가 우려된다.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98곳은 2025년 9월에야 시범사업을 시작했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시스템적인 문제점도 지적된다. 유사한 재택 의료·돌봄 사업들이 명칭만 달리한 채 쪼개져 있고, 전달 체계 간 연계와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가 구축 중인 통합지원정보시스템(행복e음) 역시 민간 의료기관의 직접 접근이 어려워 실시간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으며, 행정과 의료 현장 간의 정보 단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노인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재가 장기요양기관이 중심이 돼야 효과적이지만 현재의 단일기관 중심 구조로는 통합돌봄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복합재가기관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월세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은 고령층의 경제적 여력을 약화시켜 통합 돌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2026년부터 고령자 임대주택 제도를 개편하여 월세 3만~10만 원대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주 자격과 공급 물량 등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수록 노인들은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기보다, 경제적 이유로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론: 지속 가능한 '살던 집 노후'를 위한 제언
월세 가속화 시대에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은 '살던 집에서 노후'라는 보편적 바람과 재가 통합 돌봄 정책의 성공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존엄한 노후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거 안정과 돌봄 서비스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첫째,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주거비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고, 노인 친화적인 주택 개조(안전 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교체, 문턱 제거 등)를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여 주거 환경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재가 통합 돌봄 시스템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파편화된 돌봄 서비스를 통합하고, 보건-복지 연계를 강화하며, 정보 시스템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 양성 및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지역 간 돌봄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고령층의 다양한 주거 수요를 반영한 주택 공급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신축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존 주택을 활용한 노인 맞춤형 렌탈 주택,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혼합형 실버 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모델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고령친화주택법'과 같은 통합 법령 제정을 통해 노인 주거 정책의 체계적인 정립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모든 국민이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직시하고 재가 통합 돌봄 정책의 명과 암을 균형 있게 보완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