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이 두 가지 국가적 과제가 어떻게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소버린 AI' 시대, 국가 생존의 핵심 전략
소버린 AI는 한 국가가 자체적으로 AI 모델, 데이터, 인프라, 인력을 통제하고 운영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외산 클라우드나 빅테크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법률, 문화, 안보 요건을 반영한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여 국가적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데이터 주권을 넘어 생성형 AI 및 머신러닝의 활용 전반을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소버린 AI의 중요성은 국가 안보, 경제 안정, 국제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AI 주권 확보에 나서면서, 기술 종속이 곧 국가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K-LLM) 개발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6년 AI 기본법 시행에 따라 국가 차원의 기술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대응과 전략적 자산 배분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 115만 개 노인 일자리,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 모색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5만 4천 개 증가한 수치이며, 관련 예산은 2조 3,85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04억 원 증액되었다.
노인 일자리는 단순한 소득 보전 수단을 넘어 고령사회의 핵심 정책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더 일하고 싶다'는 고령층의 사회·경제 활동 의지를 반영한다.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 일자리가 70만 9천 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노노(老老) 케어, 보육시설 봉사 등이 포함된다. 건강, 소득,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노인역량활용형' 일자리는 19만 7천 개로 전년 대비 3만 7천 개 확대되었다. 여기에는 통합돌봄 도우미, 푸드뱅크 관리자, 안심귀가 도우미 등 사회적 수요가 높은 신설 직무들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실버 카페 등 수익형 사업을 통한 자립 기반 강화를 목표로 하는 '공동체사업단' 6만 5천 개, 민간기업 취업 알선 및 시니어 인턴십을 지원하는 '취업·창업형' 일자리 24만 6천 개가 제공된다.
▲ AI와 고령층 경제 활동의 새로운 시너지 창출
소버린 AI 시대의 도래는 고령층 경제 활동에 새로운 시너지를 불어넣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시니어 일자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고령층의 구직 활동을 돕고 있다. 2025년 10월 출시된 AI 기반 일자리 매칭 플랫폼 '시니어즈(SENIORZ)'는 국내 25개 구인·구직 사이트의 중장년 채용 정보를 AI가 수집·분류하여 개인 맞춤형 일자리를 추천하며, 구직 시간을 35분에서 단 2분으로 단축시키는 혁신을 가져왔다. 이는 고령층이 겪는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소하고 재취업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더 나아가, 소버린 AI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수요는 고령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자국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 라벨링, 검증, 품질 관리 등의 업무는 고령층의 꼼꼼함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한국의 문화와 언어적 특성을 반영한 K-LLM 개발에는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고령층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AI 기술은 고령층의 '암묵적인 지식'(tacit knowledge)과 대인 관계 능력, 조직 관리 능력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시니어 일자리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는 반면, 시니어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한 업무는 AI의 도움을 받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팜 기반 노인 일자리 공동체 사업단 '우영뜨락'과 같은 현장 사례는 AI 기술이 고령층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시니어 금융 강사, 디지털 교통안전 도우미,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 등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직무들이 창출되고 있으며, AI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활 콘텐츠 활동, 생활 안내 및 안전 지원, 시니어 멘토 활동 등 지역 기반의 생활 밀착형 일자리도 확대될 수 있다. 소버린 AI 시대에는 이러한 AI 기반 돌봄 서비스가 '사건 발생 후 반응적 돌봄'에서 '사건 발생 전 예측적 관리'로 전환되며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버린 AI 전략은 단순히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AI 생태계는 고령층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설계하고, AI 기술은 고령층의 노동 시장 접근성을 높이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
향후 정부와 기업은 소버린 AI 개발 과정에서 고령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AI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AI 기반의 시니어 친화적 일자리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기술 주권 확보와 고령층 경제 활동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와 AI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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